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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J코치의 야구화] ‘스무디 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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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 유진 에메랄드의 영양사이자 '스무디 걸'로 통하는 에밀리 댄커스. 허재혁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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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동 시 구단 전용 전세기를 타며 경기 전후 5성급 호텔 뷔페로 식사를 하는 등 매우 ‘럭셔리’한 생활을 한다. 반면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을 해야 한다.

필자가 과거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경기 전에 식빵과 땅콩버터, 딸기잼, 사과 정도만 식사로 제공이 됐고 경기 후에는 각자 식사를 해결했다. 하지만 7년여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와보니 ‘배고프고 고달픈 마이너리그 생활’이라는 표현에서 ‘배고프고’라는 단어를 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스포츠 영양학을 전공한 전문가를 각각의 마이너리그 팀에 한 명씩 두고, 이들이 경기 전후의 식단 관리는 물론 각종 보충제와 과일을 이용한 영양 쉐이크까지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해주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스무디 걸’(Smoothie Girl)로 통하는 이들을 단순히 일반 스무디 가게에서 고객들의 주문에 맞춰 레시피(조리법)대로 스무디를 만들어주는 직원쯤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 팀 중 하나인 유진 에메랄드(Eugene Emeralds)의 영양사인 에밀리 댄커스는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인 시러큐스 대학에서 식품 영양학을 전공한 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스포츠 영양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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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디걸 에밀리(왼쪽 두 번째)와 권광민(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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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선수들이 야구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출근해 프로틴 쿠키, 프로틴 푸딩 및 각종 영양 쉐이크, 건강 간식 등을 만들어 준비해 놓는다. 요리사와 항상 의논하고 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선수들의 몸 상태와 취향에 맞춘 ‘에밀리표 쉐이크’는 선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권광민 선수도 훈련 후 ‘에밀리표 쉐이크’를 자주 찾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필자가 국내 프로 야구단에서 몸 담았던 당시 몇몇 한국 선수들은 야구가 축구나 농구처럼 격렬하게 지속적으로 뛰지 않는 종목이기 때문에 올바른 식단의 필요성을 간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밀리는 “야구가 축구나 농구처럼 훈련 혹은 경기 중에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올바른 식단으로 질 좋은 적정량의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본인의 적정 체중을 벗어나 부상 및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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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인기 만점인 스무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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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야구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절제된 식단 관리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년 넘게 똑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한데, 아마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에밀리는 “매일 경기를 치르는 야구 종목 특성상 올바른 식단이 시합 후 선수들의 회복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에밀리표 레시피’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에밀리의 특별한 관리 덕분에 한 달 내내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도 면역력 약화로 인한 바이러스 질병이나 피로 누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를 ‘제2의 트레이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카고=허재혁 트레이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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