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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내 생각은/박노형]새 정부의 사이버안보, 정보 수집과 외교 능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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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이버안보는 ‘북핵 등 비대칭 위협 대응능력 강화’에 포함돼 있다. 그 방향은 기본적으로 ‘사이버안보 법치주의’의 확립이 돼야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등이 사이버안보에 관한 기본법을 앞다투어 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통령훈령에 불과한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동 규정은 사이버안보를 위한 정부조직과 그 역할 및 책임을 반듯하게 규정하지 못하는 점에서 사이버안보의 ‘법치(法治)’를 구현하는 기본법이 될 수 없다.

현재 80여 개국의 사이버안보 국가전략이 공개돼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2011년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 후 채택된 ‘국가 사이버안보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마스터플랜은 사이버안보에 관한 한국의 국가철학과 그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보여주지 못하므로 이러한 국가전략이 될 수는 없다.

새 정부의 사이버안보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에서 국가안보실 중심의 컨트롤타워 강화가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한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사이버안보의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우려가 있는 예외적 상황, 즉 모든 관련 부처가 동원되는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올바른 상황 판단으로 올바른 대응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려면 국방, 민간 및 정보 등의 부문에서 실무 부처가 자신의 분야에서 사이버안보와 관련해 정상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또한 사이버안보에서 국방은 그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고, 관련 실무 부처 모두가 사이버안보와 관련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고려할 때 사이버 위협의 탐지와 대응에 있어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이, 또한 사이버 공간의 연결성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우방은 물론 다양한 국가들과 전략적이고 치밀한 사이버안보 외교가 중요하다.

이전 정부에서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국가전략과 기본법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당시 여야 정치적 대립과 부처 간 다툼 등의 이유로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이전 정부가 이루지 못한 사이버안보 법치의 구현은 새 정부의 중차대한 임무이다. 이러한 법치의 구현에서 더 이상 여야의 정치적 타산이나 부처 간 대립은 허용될 수 없다. 사이버안보 관련 국가전략과 법이 올바로 마련돼야 정부의 각 관련 부문이 올바로 작동할 수 있고, 그 결과 국민과 기업이 사이버 위협을 받지 않고 디지털경제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새 정부는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이 되기 위한 사이버안보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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