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강하늘·박서준 주연 코미디… 선명한 캐릭터의 힘 최대 강점
리듬감 살아 있는 호쾌한 액션… 사소한 장면 곳곳에도 코믹요소
혈기왕성한 단짝 경찰대생이 된 박서준(오른쪽)과 강하늘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뜨겁다=선명하고 뚜렷한 '청년 콤비'는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강하늘이 연기한 '희열'은 이론에 강하고 두뇌가 앞서는 쪽. 반면 박서준의 '기준'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성격이다. 199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의 '투캅스'(1993)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같은 형사 버디(buddy) 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력한 캐릭터의 힘이 느껴진다. 둘이 합을 맞추며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영화는 쾌속 질주하기 시작한다.
◇빠르다=숨 돌릴 틈 없이 뛰고 구르고 치고받는다. 범인들의 본거지에 쳐들어가 시장통에 널린 손수레, 빗자루, 망치와 몽둥이 등을 휘두르며 격투를 벌이는 장면의 호흡이 특히 좋다. 부지런한 카메라 덕에 영상은 진부하지 않으며, 액션의 타격감도 잘 살아 있다. 속도감 있는 편집은 설정과 이야기의 약점을 잘 덮어준다. 추격과 격투는 경쾌하게 끊어 붙였고, 참혹한 범죄 현장 등은 지그시 눌러 밀어붙인다. 그 리듬감이 관객을 빨아들인다.
◇유쾌하다=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강하늘과 박서준은 유사 성매매 업소에 잠입 수사하러 갈 사람을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소한 장면에서도 폭소를 이끌어낸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듯이 몸을 내던져, 스크린에 잔뜩 웃음을 입힌다. 김주환 감독은 "대본보다 잘 나온 장면이 많았다. 편집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니 어떤 부분은 내가 만든 건지 두 배우가 만든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고 했다.
◇착하다=직업 윤리와 소명의식에 관해 말하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는 착한 영화다. 악당들에게 붙잡혔다 겨우 도망쳐 파출소로 들어온 두 사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러 출동해야 한다'고 경찰을 재촉해 보지만, 당직 경관은 "사진 있는 신분증부터 제시하라"며 요지부동이다. "경찰은 시민이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응답하는 사람"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정작 조직에 적응하며 관료화된 기성세대는 규칙과 절차를 내세운다. 경찰뿐이 아닐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잊고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젊은 시절"을 불러낸다. 인종주의적으로 보일 만큼 조선족 악당들을 잔인무도하게 묘사한 건 내내 불편하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마지막에 한 번 더 웃을 수 있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관람가.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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