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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앵커브리핑] '요초'…그리고 그를 둘러싼 '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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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그 풀에는 '요망한 풀' 이라는 별칭이 붙여졌습니다. 요초(妖草) 즉 담배 이야기입니다.

"요초에 홀린 사위를 구해 달라"

조선 중기 문인, 장유의 장인은 담배에 홀린 사위를 구해달라며 임금께 상소까지 올렸을 지경이었습니다.

장인의 이런 걱정이 무리도 아닌 것이 장유는 담배를 이렇게 칭송했더군요.

"담배를 즐기면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며…추우면 따뜻하게, 더우면 서늘하게 한다"

지금 < 앵커브리핑 >을 보고 계신 애연가분들께서도 아마 이 말에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담배가 지닌 무언가 치명적인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은 값이 아무리 올라도…또 '이게 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라며 시침 뚝 떼는 정부가 얄미워도…결국엔 또 다시 담배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초기에 잠시 움찔했던 담배판매량은 갈수록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고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수만 올해 1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애연가들의 그 억울한 마음들은 아직도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또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정치권의 말은 쏟아졌습니다.

"담뱃세를 2000원 인하하겠다"

몇 년 전 여당 시절 담뱃세를 대폭 올렸던 바로 그 당은 이제는 야당이 돼서 올렸던 세금을 대폭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야당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던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지요.

그러니 여당일 때는 그럼 왜 그랬느냐. 원망 섞인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갑작스레 피워 올린 담뱃세 인하 주장에 시민들은 어지럽습니다.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며 추우면 따뜻하게…더우면 서늘하게…그렇게 사람 마음을 요상하게 만들어준다는 담배, 요초와 그 요초를 둘러싼 마음을 훔치고자 하는 말들.

혹자는 타인의 마음을 까닭 없이 홀리려 하는 그 말들을 일컬어 '요설'(妖說) 이라 한다는데…

요초…그리고 요설. 그러고 보면 그 둘은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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