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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유 있는 안보 행보, 보수 전유물 인식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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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미사일 지침 개정 요구·‘안보 이슈’ 적극 대응…대외 전략은 숙제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탄도미사일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미사일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안보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을 담은 현행 미사일지침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당시 보수진영의 줄기찬 요구로 한·미가 얼굴을 붉히며 협상한 끝에 얻어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 지지를 받고 당선된 문 대통령이 먼저 요구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달리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의 군복무 시절 사진에 대한 애착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진으로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골랐다.

‘유능한 안보’를 표방하며 한국 안보를 책임질 적임자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5·18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영입한 것은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취임 후에도 문 대통령은 안보에서 단호한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몇몇 장면들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에 대해 보고받고 직접 참석하겠다고 했다.

ADD 방문이 야기할 경호 문제, 주변국에 주는 메시지 등 때문에 참모진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문 대통령 뜻을 꺾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방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독일 방문 하루 전인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발표를 접했다. 문 대통령은 조용히 현무2 탄도미사일을 준비하게 했다. 밤사이 백악관과의 조율을 거친 문 대통령은 비행기 탑승을 몇 시간 앞두고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를 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는 전·현직 군 지휘부를 청와대로 불러 격려하며 점심을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를 유지하는 두 기둥으로 국방과 경제를 거론한 뒤 “경제는 조금 더 잘살기 위한 문제이지만 국방은 국가의 존립과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 강조는 두 차례 대선 과정에서 색깔론 공세를 겪으며 안보·애국·국가 등의 가치는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신념이 강화된 것과 관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2012년 대선을 회고하며 안보 이슈에 대해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출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 진영은 담론에서, 그동안 국가나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국가공동체의 공동선을 위해 더 많은 헌신과 희생을 치러 왔음에도, 국가나 애국이라는 가치를, 실상과 다르게 보수세력의 전유물처럼 내줬다”고 언급한바 있다.

문 대통령의 ‘안보 사랑’이 대외전략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북한이 베를린 구상에 호응해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제의 사실이 알려진 것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한 전문가는 “안보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억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보수진영 인정을 받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고 큰 전략적 틀 안에서 고려된 것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대외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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