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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15년 이상 ‘빚의 노예’…100만명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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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기 빚 연체자 비상등]

IMF·카드대란·60%대 금리 여파

15년이상 연체채권 보유 29만명

이대로면 3년안 140만명에 달해

부실채권 소멸시효 연장 무제한

결국 경제활동 막아 빈곤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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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약탈적 대출 전횡기를 거치며 추심 15년차를 맞이하는 가계 부실채권 채무자들이 3년 안에 10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했어야 할 시기 대부분을 추심과 금융거래 제약 등 ‘경제적 처벌’에 묶였던 탓에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여기엔 채무자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경제위기와 2000년대 초중반 경제정책 실패의 그림자도 짙다.

26일 서민금융진흥원이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국민행복기금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연체 12~14년차(2004~2006년 전후 연체 발생) 가계 부실채권을 보유한 채무자는 106만9297명으로, 전체의 51%에 이른다. 2002년 카드대란 등을 거치면서 살인적 고금리를 바탕으로 한 약탈적 대출로 장기간 빚의 수렁에 빠진 이들이다.

이런 연체채권을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소멸시효는 현행법상 연체 5년 뒤다. 하지만 실제론 손쉬운 시효연장을 통해 ‘5년+10년+10년…’ 식으로 시효가 무한연장될 수 있다. 연체 5년차 때 1차 시효연장이 된 12~14년차 채무자들은 15년차에 2차 시효 연장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새 정부가 과감한 정리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들의 빚은 시효가 또다시 10년 늘어나 ‘경제적 처벌’이 계속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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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행복기금 내 15년차 이상 연체채권 보유 채무자가 29만631명인 점을 고려하면, 3년 안에 15년차 이상 연체채권을 보유한 채무자는 135만9928명으로 불어난다. 이는 추심 중단자(사망자 등)를 뺀 행복기금 전체 채무자 207만8747명 중 65%에 해당한다. 행복기금은 박근혜 정부가 2013년 가계 신용회복 지원과 부실채권 추심을 위해 출범시킨 기구(배드뱅크)로, 이전 정부의 배드뱅크 채권도 이어받아 통합 관리 중이다.

행복기금의 연체 시한별 채무원금 자료를 보면, 연체 12~14년차 부실채권은 13조208억원이며 연체 15년차 이상 채권(3조1639억원)을 합치면 모두 16조184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채무원금(추심중단 채권 제외) 23조3700억원 중 69%에 해당한다.

현재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연체 15년차 이상의 가계 부실채권(특수채권)은 많지 않다. 참여정부 이래 각 정권이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특수채권을 넘겨받은데다 금융권이 매입추심 업계에도 매각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제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권(은행·카드·캐피털·저축은행·보험·상호금융) 특수채권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연체 15년차 이상의 가계 부실채권의 채무자는 4만3599명이고 채무원금은 3979억원에 그친다. 전체 114만여명, 채무원금 11조9천억원을 고려하면 미미한 비중이다. 다만 여기엔 1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매입추심 대부업계가 보유한 연체채권이 빠져 있다. 매입추심 대부업계야말로 장기 연체 채권이 많고 가혹하거나 불법적인 추심도 잦은 곳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행복기금이 보유한 부실채권 일부(10년 이상 연체, 1천만원 이하)를 소각해 없애고 매입추심 대부업체 등 민간이 보유한 부실채권도 가능한 한 많이 사들여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부업계 부실채권을 사들여 정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어서 방식과 규모가 주목된다. 다만 최 위원장은 행복기금 소각 대상을 채무감면과 상환 약정을 맺지 않은 40만여명(채무원금 1조9천억원)으로 한정했다. 이는 채무조정 약정을 맺었으나 탈락을 반복하며 여전히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제외한 것으로 극히 일부에 그친다. 또 금융위는 “적극적인 정리” 뜻을 공표했으나 “상환능력 심사”도 강조해 향후 민간 부실채권 정리의 혜택과 효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제윤경 의원은 “행복기금 등 정부 배드뱅크와 금융권은 아주 제한적으로만 소멸시효 연장을 포기하고 기계적 시효연장을 택해왔다. 장기 추심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관행적 소멸시효 연장 행태를 바꾸고 현재 누적된 장기 연체채권은 일시적으로 과감하게 소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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