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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기부왕’ 이종환 이사장, 여성 폭행 혐의로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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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발 걸어 넘어뜨리고 가슴께 구타한 혐의

재단 관계자, “실랑이였을 뿐…ㄱ씨 맞고소”



한겨레

이종환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아시아 최대 개인 장학재단을 운영해 대표적인 ‘기부왕’으로 불리는 이종환(93)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24일 폭행 혐의로 이 이사장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 4월30일 밤 제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중소기업 대표 ㄱ(52)씨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가슴께를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지 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이 이사장이 폭행하는 장면이 찍혔다. ㄱ씨는 지난 5월 이씨를 폭행 및 협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폭행 혐의 외 다른 혐의에 대해선 ‘혐의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ㄱ씨는 2013년부터 사업 관계로 이 이사장과 알고 지낸 사이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이사장은 200억원 사업 투자를 미끼로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날도 투자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자 폭행하면서 ‘이×은 더러운 꽃뱀, 창녀’라고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놀이터 인근에서 이씨의 폭행 장면을 목격한 한 이웃 주민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ㄱ씨를 때리면서 성적인 욕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2013년에도 이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와 관련해 관정재단 관계자는 “실랑이는 있었지만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고 투자를 약속한 적도 없었다”며 “ㄱ씨를 폭행, 감금, 강요, 공갈미수, 무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1959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세운 뒤 2000년 사재를 털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기금 8000억원 규모로 아시아 최대 개인 장학재단으로 불린다. 2012년엔 서울대에 600억원을 기부해 자신의 호를 딴 ‘관정도서관’을 짓기도 했다. 2009년에는 기부 공로로 청와대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가짜 기부천사 이 회장은 아침저녁 한두 시간씩 전자오르간을 치면서 일본군 군가 십여 곡을 부른다’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대학강사가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끝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배심원 7명 중 5명이 ‘구형량보다 높은 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학강사는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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