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석유차 시대의 종언' 눈앞···경유차 "날개없는 추락"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배기가스 배출 결과 조작 설명하는 폭스바겐 영국지사 전무


뉴시스

미 캘리포니아주, 폭스바겐 리콜 계획 거부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지난 100여 년 동안 ‘인류의 발’ 노릇을 해온 석유 자동차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차량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으면서 이를 규제하는 각종 법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심지어 화석 연료 차량의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계획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특히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로 눈총 받아 온 경유 차량들은 유럽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당장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 NYT “유럽 경유 차량 판매, 날개 없는 추락”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에서 경유 차량에 대한 “소비자 반란(A consumer rebellion)”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독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였던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경유차에 미래가 사실상 저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NYT는 건강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유 차량 판매 실적이 “자유 낙하(free fall)”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경유차에 대한 단속문제가 정치적 책임 문제로 비화되면서 뮌헨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지난 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정부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자동차 모델들이 오염물질을 초과로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슈피겔지는 22일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이 자동차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배출가스 장치 등 핵심 기술 장치를 축소하는 데 담합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슈피겔은 특히 지난 2006년 이들 자동차 회사들이 질소 산화물 중화액을 분사하는 탱크의 크기를 줄이기로 담합한 사실을 폭로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슈피겔지의 보도는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에 이어 새로운 파장을 낳고 있다. 폭스바겐은 26일 슈피겔지의 보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감사위원회를 개최키로 했다. 독일 정계와 업계 지도자들은 다음 달 베를린에서 “디젤 서미트(diesel summit)”를 열고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럽은 경유 차량의 본산이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등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유가 가솔린에 비해 훨씬 경제적일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훨씬 월등하다고 선전을 해 왔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이런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경유차의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었다. 독일 등 유럽의 정치인들은 경유의 가격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줌으로써 자동차 회사들을 거들었다.

1990년대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BMW 등은 경유차에 컴퓨터 기술을 입혔다. 새로운 컴퓨터 기술은 경유차의 덜덜거리는 소음과 시커먼 매연을 줄여주었다. 미국에 비해 값싼 경유 값은 경유차의 시장 지배를 확대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경유 가격은 지역에 따라 가솔린보다 많게는 4배나 비싸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청정 경유(clean diesel)”의 허구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덜 발생시키지만 더 많은 양의 질소 산화물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질소 산화물은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각종 폐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NYT는 경유 스캔들이 오는 9월 독일 총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실질적 로비스트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 독일 정부는 경유 연료에 대한 지원금을 밀어 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한 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엄격한 질소 산화물 규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경유 차량에 대한 소비자 반란은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NYT는 지난 6개월 동안 영국에서의 경유차 판매규모가 10%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9%, 7%씩 하락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유차의 인기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오래된 전략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유 차량 생산에 집중을 해온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개발하는 게 게으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 경유차를 대체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피아트나 르노, 푸조, 시트롱 등 소형 대중차들을 만드는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도 경영의 위협을 받고 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 부착 등에 따른 자동차 생산 비용이 늘고 있다. 점점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영국-프랑스 “2040년부터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 금지”

향후 20~30년 사이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들이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디언과 더타임스, BBC방송 등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오는 2040년부터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내연기관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화석연료 차량의 판매를 일절 금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6일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30억 파운드(약 4조38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정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정책안은 2040년까지 경유 및 휘발유 차량의 국내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지난 6일 프랑스도 2040년 이후엔 자국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 이행을 위해 이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이 2030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지난 5일 2019년부터 순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만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sangjooo@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