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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뉴스 깊이보기] 기후변화 막기엔 너무 느린 ‘전기차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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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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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지원을 넘어 가솔린·디젤차의 판매 자체를 금지하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줄지 않는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안간힘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야심찬 조치’는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장벽에 막혀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경유로 움직이는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25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20년 남짓 남은 기간 정부는 전기차 지원과 충전소를 짓는데 1억 파운드(1450억원)를 투입하는 등 초저공해차량 산업에 10억 파운드를 쓸 예정이다. 저공해 택시와 저탄소 버스도 도입한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기 편하도록 도로를 바꾸는데도 12억 파운드의 예산을 잡아놨다.

앞서 프랑스 역시 2040년까지 가솔린·디젤 엔진을 쓰는 내연차 판매를 중단해 이산화탄소를 배출을 줄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이 “진정한 혁명”이라고 언급했던 이 정책은 파리기후협정에 맞춰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전 세계 디젤차의 40%를 점유하는 독일은 내연엔진 교체가 가장 느리고 저연비 차량 비중도 여전히 높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휘발유 차량 판매 금지를 논의 중이고,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의 볼보 역시 2019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할 예정이며, 중국은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차량을 등록 규제에서 제외해준다. 인도는 2030년까지 모든 내수용 자동차의 전기 배터리 교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배출가스를 줄이는데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0%는 차에서 나온다. 각국이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위한 지원안들을 내놨지만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자동차를 보통 15년 정도 타기 때문에 프랑스 등의 목표는 2055년까지 휘발유·디젤 자동차가 운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오래 차량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로 바꿔도 전기생산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면 소용이 없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도입한 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화석연료의 비중은 30년째 변화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987년 에너지소비의 81% 수준이었던 석탄·석유·천연가스 비중은 2017년 81%로 여전하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CNN은 25일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기후 총리’라 불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지만 그 이면엔 독일의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전기의 3분의 1이 태양·풍력 등으로 공급된다. 해나 바람이 강한 날은 비중이 85%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9억만t. 2009년 이후 줄어들지 않았다. 프랑스의 2배 수준으로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많은 양이다. 2050년까지 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의 최소 60%를 친환경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석탄 규제가 관건이나,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새 발전소도 짓고 있다.

국가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자동차업계의 저항도 거세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는 내연엔진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할 경우 자동차 산업에서 42만6000개 생산직 일자리가, 연관 산업에선 약 13만개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자동차값도 13% 정도 올라 소비자의 부담이 480억 유로의 소비자 커진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폭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 자동차회사가 주축이 돼 작성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탄소배출량 조작의 ‘원죄’가 있는 폭스바겐 등이 “저탄소, 대체에너지 자동차 우대 정책은 불공평하며 독일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노르웨이는 화석연료 독립, 전기차 생산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로 꼽힌다. 2025년부터 신규생산되는 승용차, 버스, 상업용 경차 등 모든 차량에 무공해엔진 장착을 의무화한 노르웨이는 전체 차량 1000대당 21.5대가 전기차로 전 세계에서 비중이 가장 높기도 하지만, 전력의 98%를 수력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내연차만 없애면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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