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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리뉴스] 문 대통령의 ‘안보 사랑’…특전사 사진부터 미사일지침 개정 요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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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탄도미사일 중량을 늘일 수 있도록 미사일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얘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문 대통령의 안보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을 담은 현행 미사일지침 개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당시 보수진영의 줄기찬 요구로 한·미가 얼굴을 붉히면서 협상한 끝에 얻어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많이 받고 당선된 한국 대통령이 이를 먼저 요구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한치의 타협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달리 강경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의 군복무 시절 사진에 대한 애착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진으로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골랐다. 문 대통령은 ‘유능한 안보’를 표방하며 자신이 한국의 안보를 책임질 적임자임을 이미지로 강조했다. 그 이미지는 자신의 안보관이 공격 받을수록 더 힘을 발휘했다. 물론 5·18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캠프에 영입한 것은 역효과를 낳기는 했다.

취임 후에도 문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 있어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현무 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에 대해 보고 받고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ADD 방문이 야기할 경호 문제, 주변국에 주는 메시지 등을 고려해야 하는 참모진들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문 대통령 뜻을 꺾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기술이 어느 정도 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접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는 한편 조용히 며칠 전 시험발사에 성공한 현무2 탄도미사일을 준비하게 했다. 밤 사이 백악관과 조율을 거친 문 대통령은 비행기 탑승을 몇시간 앞두고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를 하게 했다.

북한이 보여준 미사일 기술이 도발적이기는 했지만, ‘적 지휘부 타격’이라는 이름을 붙인 한·미 연합 무력시위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는 전·현직 군 지휘부를 청와대로 불러 격려하며 점심을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에게 “정치적 어려움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상황 속에서도 국민이 안심하도록 애써 주셨다”고 치하했다.

또 국가를 유지하는 두 기둥으로 국방과 경제를 거론하며 “경제는 조금 더 잘 살기 위한 문제이지만 국방은 국가의 존립과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인 지금은 국방과 안보가 더욱 더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4%인 국방비 비율을 2.9%로 올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강조는 두 차례 대선 과정에서 색깔론 공세를 겪으며 안보, 애국, 국가 등의 가치가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신념이 강화된 것과 관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2012년 대선 당시를 회고하며 안보 이슈에 대해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출한 적이 있다. 당시 참모들은 안보 이슈의 경우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이기 때문에 대응을 자제하자는 식으로 조언했는데 그것이 좋지 않은 판단이라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선에서 가장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종북’ 프레임”이지만 이 같은 프레임이 “다시는 이 땅의 선거에서 발 붙일 수 없게 평소부터 단호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민주 진영은 담론에서, 그 동안 ‘국가’나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그로인해 국가공동체의 공동선을 위해 더 많은 헌신과 희생을 치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애국’이라는 가치를, 실상과 다르게 보수세력의 전유물처럼 내줬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 사랑’이 대외전략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북한이 베를린 구상에 호응해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제의 사실이 알려진 것은 당장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한 전문가는 “안보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억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보수진영의 인정을 받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고 큰 전략적 틀 안에서 고려된 것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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