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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빈손에 그쳤지만 …박태환의 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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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서 가능성과 한계 동시에 보여준 박태환

한국일보

박태환이 2017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도 8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2~3년 더 ‘롱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건 소득이다. 박태환이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전광판을 보는 모습.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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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시상대 위에 서겠다는 박태환(28ㆍ인천시청)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박태환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 결선에서 1분47초11에 그쳐 8위로 가장 늦게 터치패드를 찍었다. 쑨양(26ㆍ중국)이 금메달을 따며 이틀 전 자유형 40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반면 자유형 400m에서도 아쉽게 4위에 그쳤던 박태환은 2011년 상하이 대회(자유형 400m 금) 이후 6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29일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자유형 1,500m에 출전하지만 장거리 훈련의 일환일 뿐 입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

5년 전인 2012 런던 올림픽 때만 해도 박태환과 쑨양은 세계가 인정하는 라이벌이었다.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이 금, 박태환이 은메달을 나란히 따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쑨양이 독보적인 존재임이 다시 증명됐다.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뒤 박태환을 다독이는 쑨양에게서 최강자의 여유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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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자유형 400m에서 힘차게 스타트하는 박태환.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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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태환에게도 소득은 있었다.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보고 ‘롱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영선수로 환갑인 만 스물여덟의 박태환은 쑨양,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21ㆍ호주), 가브리엘 데티(23ㆍ이탈리아) 등 톱클래스 3인방과 대등한 레이스를 펼쳤다. 자유형 400m에서 3위를 한 데티와는 불과 0.45초 차이였다. 역영하는 그의 피부는 태닝이라도 한 듯 검게 그을려 있었다. 야외에서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했는지 짐작이 갔다.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요새는 스포츠 과학이 발달해 서른을 넘어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박태환의 기량과 잠재력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최고 기록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분명 과제도 남겼다.

적지 않은 나이라 체계적인 체력 관리는 필수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200m 모두 중반 이후 속도가 뚝 떨어졌다. 400m에서는 마지막 50 구간에서 특유의 폭발적 스퍼트를 내고도 앞서 뒤쳐진 기록을 만회하지 못했다. 사흘 동안 400m 예선과 결선, 200m 예선과 준결선ㆍ결선까지 1,400m를 전력으로 헤엄친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심리적인 영향도 있다.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초반에 치고 나가야 마음이 놓일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초반 오버페이스가 후반에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세계 수영의 흐름에도 발맞춰야 한다. 6~7년 전만 해도 자유형 400m에서는 ‘작전’이 중요했다. 박태환은 수영기술뿐 아니라 천부적인 레이스 운영, 싸움닭 기질까지 갖춘 덕에 세계를 정복했다. 하지만 훈련 방법의 과학화 등으로 중거리 경기에서도 전ㆍ후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노 전 감독은 “단, 장거리 선수 할 것 없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감독도 “케이티 러데키(20ㆍ미국)는 여자 자유형 800 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 속도로 헤엄친다”라며 “오래 전부터 이런 훈련을 해온 박태환도 몸이 기억하는 레이스를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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