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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내 사랑’ 스타가 옆에서 노래하고 말을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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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콘텐츠, 음악계에 대중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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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내가 사랑하는 스타가 나타난다. 그가 노래하고 춤을 춘다.’가수들과 팬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가상현실(VR) 콘텐츠들이 대중음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4~16일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서는 그룹 엑소의 정규 4집 <더 워> 발표를 앞두고 ‘코코밥(Ko Ko Bob) VR 체험’이라는 독특한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하루에 500명씩 사흘간 현장 선착순으로 참가한 1500명의 팬들은 ‘3D 오디오 VR’이라는 특수기술로 제작된 콘텐츠를 통해 엑소 멤버들이 눈앞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했다. 부스에 들어가 앉아 VR 기기를 착용하면, 엑소 멤버들이 좌우에서 나타나 노래하고 말을 걸어왔다. SM 관계자는 “팬들에게 엑소의 신곡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와 문화 콘텐츠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흥미로운 경험을 주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유튜브·페이스북과 같은 모바일 콘텐츠들의 유통 플랫폼이 대중화하면서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아티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VR 콘텐츠 제작에 한창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소셜미디어 채널인 원더케이(1theK)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1월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하는 모바일 예능 <아이돌360월드>를 VR 카메라로 만들어 선보였다. 아이돌 멤버들이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첫 회 출연 그룹인 ‘빅스’의 경우 유튜브 조회수만 10만건을 넘어섰다. 로엔의 김미연 뉴미디어마케팅그룹장은 “동영상 콘텐츠의 주요 이용자인 10~20대는 VR 등 신기술을 접목한 콘텐츠에 큰 호응을 한다”며 “IT를 활용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모습을 재미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VR 뮤직비디오’ ‘VR 댄스 연습 영상’이라고 검색하면 아이돌 그룹들의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모바일 전용 VR 뷰어 기기는 대략 2만~5만원대. 이 기기를 착용하고 VR 콘텐츠를 보면 입체적인 영상을 볼 수 있다. VR 뷰어 기기가 없더라도, VR 콘텐츠는 손으로 영상을 터치해 영상 안의 공간을 360도로 돌려볼 수 있다. 28일 미니앨범 <비 원(Be One)>을 발표하는 밴드 버즈도 이번 앨범의 서브 타이틀곡 ‘저스트 원(Just One)’의 뮤직비디오를 VR로 제작했다. 지난 7일 서울 창동 ‘플랫폼 창동61’에서 버즈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한 무대를 뮤직비디오 배경 영상으로 활용했다. 소속사인 산타뮤직의 고기호 이사는 “팬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VR 장비로 촬영했는데,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그 자리에 있었던 팬들은 영상 안에서 자신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는 “VR 콘텐츠는 좋아하는 스타를 조금 더 가깝게, 또 다양한 시점에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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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V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대중음악계에선 이러한 첨단 기술이 뮤지션의 창작활동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대중의 취향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나 라이브형 콘텐츠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두고 연구와 실험에 분주하다. 특히 이번 엑소의 프로모션은 대중음악 콘텐츠와 VR 기술을 접목했을 때 수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SM과 협업해 이번 프로모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3D 오디오 VR 솔루션 기업인 디지소닉의 김지헌 대표는 “기존 VR 영상 콘텐츠는 신곡 발표 이후에 서브 콘텐츠로 활용됐다면, 엑소의 프로모션은 신곡 발표 전에 먼저 공개하는 콘텐츠로 VR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온 팬 10명 중 8명은 엑소가 실제 가까이 있다고 느껴 손을 휘젓고 소리를 지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면서 “팬들 중에는 유료 서비스라도 좋으니 해당 영상 콘텐츠의 풀 버전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민지 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연구원은 “VR은 라이브의 감각을 살릴 수 있는 기술로 최근 대중음악이나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콘텐츠와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VR 기기 보급이나 콘텐츠 생산이 활발하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엑소와 VR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가 있다면 현지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VR 콘텐츠의 장점에 관해 “이용자의 주체성이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방송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Mnet)을 보더라도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한 명에게 집중한 ‘1인 직캠’을 선호한다. VR 콘텐츠는 이용자가 영상의 각도를 마음대로 설정하고 특정 부분을 확대해 한 명의 스타만 집중해서 볼 수 있다. 제작자가 보여주는 대로 보던 방식과 비교해 적극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인 셈이다. 김 대표는 “VR은 이용자가 주체가 되는 느낌, 주인공이 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엑소와 팬들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VR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면 VR 콘텐츠는 짧은 유행에서 끝나지 않고 메가트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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