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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6ㆍ19 대책 실패 이유] 어설픈 대책 '풍선효과'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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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 이상과열을 막기 위해 꺼낸 6ㆍ19 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추가 규제'를 공언했지만 운신의 폭이 좁다.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강도 대책을 꺼냈다간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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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세력이다. 6ㆍ19 부동산 대책은 투기세력에 보내는 1차 경고 메시지다(6월 23일 취임식에서)."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7월 7일 기자회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6ㆍ19 부동산 대책 평가다. 그런데 이 평가는 들어맞지 않는다. 6ㆍ19 대책은 경고 메시지가 되지 못했을뿐더러 '시장 안정'을 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9% 상승해 오름폭이 전주(0.20%)보다 0.09%포인트 확대됐다. 6ㆍ19 대책 발표 전 0.32%까지 오르던 주간 상승률은 대책 발표 후 2주 연속 0.16~0.17%를 기록하며 정책 효과가 나는 듯 했다.

하지만 7월 들어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만 따로 놓고 보면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7월 둘째주 0.44% 올라, 전주(0.28%)보다 0.16%포인트 확대됐다. 주택임대 시장도 뜨겁긴 마찬가지다. 올해 6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4.6%를 기록했다. 다세대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의 전세가율은 66.8%였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5월(74.7%)보다 0.1% 적은 수준이다.

규제에도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규제 시행 전 분양한 단지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풍선효과'다. 부동산 이상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지만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 꼴이 됐다. 정부는 '선별적' '맞춤형' 대책을 강조하며 투기수요를 잡는 핀셋 규제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효과가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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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안정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제부터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실시한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규제에도 되레 오른 집값

이 혼란은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로 번졌다. 지난해 기준 세계 3위의 증가속도를 기록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올해 14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서울의 비싼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갭투자' '무피투자' '전세깡패' 등 여러 투자유형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모두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기댄 변종 투자법이었다.

그사이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졌다. 6ㆍ19 대책은 이 문턱을 더 높였다. 서울과 부산 등 조정 대상지역에서 집을 살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기존 70%, 60%에서 각각 10%씩 낮아진 기준이 적용되면서다. 서민ㆍ실수요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부는 강조했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6ㆍ19 대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시장 과열이 지속ㆍ확산될 경우 추가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언급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전매제한기간 연장, 청약1순위 자격 제한, 대출규제 강화 등이 적용된다. 8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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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관리할 뾰족한 방안은 사실상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당장 가계부채종합대책이 발표될 8월에는 수도권 분양물량만 1만6599가구가 예정돼 있다. 2016년보다 3245가구가 많은 수준이다. 분양가상한제, 전월세상한제, 주택거래신고제 등 시장에 민감한 정책을 꺼냈다가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섣불리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거다.

좁아진 운신의 폭

수요를 줄일 방법도 없다. 이러다 집 사는 게 더 어려워질까 봐 불안해 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과열 현상이다. 여기에서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풍선효과'가 생긴다. 대출절벽에 놓인 수요자들이 규제를 받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쏠릴 공산이 크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5월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며 풍선효과에 불을 지폈다. 또다른 가계부채 뇌관이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 정책은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독립변수들 중 가장 강력하다"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 단기적인 정책만 쏟아내면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전히 시장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믿고 있는데 이 믿음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시장의 안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경제 성장 절반 가까이를 부동산에 기대고 있는 한국경제의 딜레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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