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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SW이슈] 이동국·박주영·염기훈, 기록지엔 없는 '진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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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이동국(38·전북현대) 염기훈(34·수원 삼성) 박주영(32·FC서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 국가대표, 고액 연봉자, 제2~3의 전성기 등이 떠오른다.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30대 선수라는 점도 해당한다. 그런데 이처럼 여러 가지 공통점 가운데 돈, 득점, 나이 등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꽃을 피우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들의 진짜 가치인 ‘희생’에 있다. 이들이 당장 신태용호에 합류해도 손색이 없는 이유이다.

세 선수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베테랑이다. 이동국은 ‘발리 장인’, 염기훈은 ‘미친 왼발’, 그리고 박주영은 ‘축구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20대 시절 한국 축구를 호령했다. 하지만 이들도 세월만은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의 강점에 경험까지 더해 축구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지만, 체력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이들은 각자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선수인 동시에 각각 최강희 전북, 서정원 수원, 황선홍 포항 감독 등 명장을 만나 특별한 관리 속에서 여전히 K리그 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달리 대표팀에서는 이들의 나이가 여전히 걸림돌이며 승선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벽이기도 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며 이들을 외면했다. 다만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선수라면 나이와 경력과 관계없이 뽑는다”라며 “이동국 염기훈도 마찬가지”가고 강조했다.

사실 장기간 대표팀을 떠나 있던 이들이 다시 태극마크를 단다고 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거나 급진적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꽉 막혔던 공격이 갑자기 뻥 뚤릴 리도 없다. 신 감독 역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도 이런 부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합류할 경우 대표팀에 일어나는 변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강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이미 이러한 부분을 K리그에서 증명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희생이다. 이동국은 올 시즌 특급 조커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과 같은 공격수는 선발로 출전했을 때 효과가 크지만, 팀 여건상 어쩔 수 없이 교체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신욱, 에두 역시 선발로 출전했을 때 강점이 있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교체로 나서야 한다.

이동국은 올 시즌 선발이든 교체든 가리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처음부터 그라운드를 밟고, 나중에 밟고의 차이가 아니다. 경기 운용의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선발 출전의 경우 자신의 체력을 90분으로 나눠 소모와 비축,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며 뛰어야 한다. 반면 교체 투입은 짧은 시간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 야구에서 선발과 계투, 마무리를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것도 이와 같은 신체 메커니즘의 차이 때문이다.

시즌 중에 선발과 조커 역할을 겸해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몸, 체력, 경기 운용까지 모두 때에 맞춰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이동국은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희생과 헌신이 아니라며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박주영과 염기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최근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지만, 선발과 교체를 소화하면서 팀 공격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포지션 변화도 눈에 띈다. 염기훈은 수원 삼성이 스리백 전술을 활용하면서 측면과 처진 공격수 역할을, 박주영의 경우 데얀과의 포지션 중복으로 최전방과 측면 공격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이 역시 단순히 자리만 바꿔 뛰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선부터 임무까지 전혀 다른 두 갈래 길을 뛰어야 한다. 공격진의 경우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도 중요한데, 포지션에 맞게 패스와 문전 쇄도의 방향이 달라야 한다.

두 선수는 이를 군말 없이 소화하면서 팀을 이끌어주고 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후배들은 이구동성은 “배울 점이 많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희생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팀의 간판스타이자, 베테랑 선수가 팀의 어려운 상황에 맞춰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고 동료를 이끌어주는 모습은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팀 전체가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는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대표팀에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희생 헌신 변화 등 무형의 가치를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면 팀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 감독이 30대 노장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전북 현대 이동국, FC서울 박주영, 수원 삼성 염기훈(위부터 아래로) /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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