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몸 구석구석 닦는 사람들
평소 신경 안 쓰던 콧속·배꼽 등 특정 부위 전용 세척제 쏟아져
"세밀한 몸 관리·평가로 생긴 현상"
유튜버 '말이야와친구들'이 코 세척기로 콧속을 닦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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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속, 눈알, 배꼽처럼 신경 써서 씻어야 한다고 여겨지지 않던 신체 부위를 양치하듯 꾸준히 세척하는 것이 유행이자 놀이로 떠올랐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서 이물질을 닦아내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 더욱 늘고, 특정 부위 세척 전용 제품도 쏟아진다. 유튜브에서도 특정 부위 전용 세정제를 직접 써보는 영상이 인기를 끈다. 평소 안 씻는 부위를 씻는 방법과 이유를 소개하면서 놀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직장인 강예솔(31)씨는 매일 저녁 안구 세정제로 눈을 씻는다. 일본에서만 판매되다가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팔리기 시작했다. 컵에 세척제를 담고 눈에 밀착한 후 고개를 뒤로 젖혀 20~30초간 눈을 깜빡이면 된다. 강씨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출하고 들어오면 눈이 간지럽고 부어오르기도 해 눈 씻을 방법을 찾았다" 고 했다.
배꼽에 쌓인 먼지와 이물질, 분비물을 제거하고 냄새를 잡아주는 세정제도 있다. 오일을 배꼽에 바른 후 면봉이나 물티슈로 닦아낸다. 점성이 있는 액체를 면봉에 묻혀 귓바퀴와 귓속을 닦기도 한다. 등 전용 세정제, 정수리 악취를 없애는 스프레이도 있다.
유튜버‘아리샤’가 배꼽 세정제를 사용하는 장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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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미세먼지 오염 등을 겪으면서 몸에 이물질이 닿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높아지고, 강박에 가깝게 위생에 집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치료가 아니라 단순히 위생 목적으로 콧속, 안구, 배꼽 등을 식염수나 알코올처럼 자극적인 제품을 사용해 매일 닦는 것은 오히려 신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눈 세척제를 이용하고 나서 눈이 붓거나 다래끼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코 세척 후 귀가 아프고 오히려 콧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등 부작용을 문의하는 글도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잘 보이지도 않는 손·발톱 각질을 제거하려고 애쓰거나 털 길이·모양까지 관리하는 등 자신의 몸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평가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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