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세계 5위' 안세현 "노력하니 결과 따라와…꿈도 점점 커져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태환 스승' 볼 코치 지도로 급성장…오른팔에 '오륜' 문신 새기고 채찍질

이틀연속 한국신기록 세우며 역대 한국여자 최고 성적

연합뉴스

오른팔에 오륜무늬 새긴 안세현
(서울=연합뉴스) 오른팔 안쪽에 오륜을 새긴 안세현의 모습. 안세현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나고 오륜 문신을 새겼다. 2017.7.25 [SK텔레콤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니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국 여자수영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는 안세현(22·SK텔레콤)이 한 뼘 더 자랐다.

안세현은 25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07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시상대 위에 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날 준결승에서 작성한 한국 기록(57초15)을 하루 만에 다시 0.08초나 앞당겼다.

무엇보다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영 50m의 이남은(8위)을 넘어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을 남겼다.

올림픽에서도 남유선이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7위를 차지한 것보다 나은 결실을 냈다.

안세현의 기록은 이날 동메달을 딴 켈시 워렐(미국·56초37)에게 0.70초 뒤졌을 뿐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안세현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힘들긴 한데 기록이 나와줘서 재밌는 경기를 하고 있다"며 밝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는 "역대 최고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았다"면서 "오직 내 기량만 펼쳐 보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후반 레이스가 조금 밀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고 만족해했다.

연합뉴스

안세현, 세계선수권 접영 100m 결승행
(서울=연합뉴스)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 안세현은 24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100m 준결승에서 57초15의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2조 4위, 전체 16명 중 6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역영하는 모습. 2017.7.24 [연합뉴스 자료 사진] photo@yna.co.kr



안세현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눈물을 쏟았다.

접영 100m와 200m 두 종목에 출전한 그는 결승 진출이라는 꿈을 꿨다. 자신감도 있었다. 16명이 겨루는 준결승까지는 무난히 올랐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접영 100m 10위, 200m 13위에 머물러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제가 작아 보인다"고 했다.

안세현은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리우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안세현은 2015년부터 SK텔레콤의 후원으로 박태환의 스승이었던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박태환을 후원할 때 볼 코치와 인연을 맺은 SK텔레콤은 새로운 유망주를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후보 리스트를 작성해 뒀다가 볼 코치에게 보여주고 추천을 부탁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방한해 유망주들을 지켜본 볼 코치의 선택은 안세현이었다.

안세현에게는 수영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영선수로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잘 따라주지 않는데 SK텔레콤과 볼 코치를 만나 훈련하면서 내 꿈도 같이 커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안세현이 접영 100m에서 5위를 차지한 뒤 볼 코치는 "이렇게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그동안 힘든 훈련을 묵묵히 소화한 안세현을 칭찬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안세현(오른쪽)이 훈련 중 마이클 볼 코치와 대화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연합뉴스]



아직 이번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안세현은 당장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출전한 종목 모두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현재의 성장세라면 안세현이 한국 여자수영의 아시안게임 금맥도 다시 이어주리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 여자 경영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 3관왕(배영 100ㆍ200m, 개인혼영 200m), 1986년 서울 대회 2관왕(배영 100ㆍ200m)을 차지한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를 시작으로 1998년 방콕 대회 조희연(접영 200m)에 이어 2010년 광저우 대회 정다래(평영 200m) 등 세 명뿐이다.

안세현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오른팔 안쪽에 오륜 문신을 새겼다.

그는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라면서 "훈련할 때나 생활할 때나 늘 오륜을 보면서 나를 혹독하게 채찍질하고 싶었다"고 문신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안세현의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 목표는 출전하는 두 종목 모두 결승에 오르는 것이다. 일단 절반은 충분히 해냈다. 안세현은 26일부터 접영 200m 경기를 치른다.

그는 "접영 200m는 장거리라 싫어했는데 훈련하면서 많이 좋아졌다"면서 "이젠 200m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hosu1@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