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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절반은 인간, 절반은 신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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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IT기업, 희망직원 몸에 ‘생체 칩’

출퇴근 관리·구내식당 결제에 사용

‘빅브러더’ 논란 피하기 어려울 듯



한겨레

스웨덴 바이오핵스의 직원이 지난 3월14일 자사 직원 몸속에 이식되는 생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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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아침. 출입카드를 기계에 접촉하지 않아도 회사에 도착하면 출근 시간이 회사 컴퓨터에 즉시 전송된다. 업무용 컴퓨터에 접속할 때나 회사 비품을 쓸 때도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필요하지 않다. 구내식당에선 현금이나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모두 손가락에 심긴 작은 칩 덕분이다.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회사가 직원 몸속에 쌀알 크기의 칩을 심어 각종 업무를 관리하기로 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등장하던 장면이 현실화하는 것인데 ‘빅브러더’ 논란도 만만찮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위스콘신주 리버폴스 소재 아이티 기업 ‘스리 스퀘어 마켓’이 미국 최초로 자사 직원들에게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이 들어간 칩 이식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토드 웨스트비 최고경영자(CEO)는 “미래에 필수적으로 적용될 기술”이라며 “궁극적으로 신용카드나 여권처럼 물건을 구매하거나 국경을 오갈 때 사용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사는 새달 1일부터 칩 이식을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칩을 심는 작업은 단 2초면 끝난다. 비용 300달러(약 33만4500원)는 모두 회사에서 부담한다. 스리 스퀘어 마켓은 자동판매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번 기술은 스웨덴 기업 ‘바이오핵스 인터내셔널’과 합작했다. 바이오핵스 인터내셔널도 이 기술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의 또 다른 기업 ‘에피센터’는 지난 4월부터 같은 기술을 업무와 접목해 직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덧붙였다.

스리 스퀘어 마켓은 직원 몸속에 이식되는 칩이 건강정보, 컴퓨터나 전화 등 보안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피에스(GPS) 기능이 없고 데이터가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등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을 완전히 피해 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위스콘신주의회는 “만약 강요된 형태로 칩 이식이 이뤄진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비시>(BBC)는 “절반은 인간, 절반은 걸어다니는 신용카드가 된 우리 현실은 디스토피아의 악몽으로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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