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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中 노점상에서도 QR스캔… 모바일결제 작년 3경4400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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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없는 사회’ 앞서가는 중국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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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연 채널A 특파원(오른쪽)이 24일 오후 베이징 거리의 한 노점에서 중국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20위안(약 3300원)짜리 차오빙(볶음 밀전병)을 산 뒤 노점에 붙은 QR코드를 이용해 모바일 결제를 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현금 쓴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래됐는데요. 어딜 가든 스마트폰을 꺼내 들면 다 되니까요.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요.”(공무원 탕주쥔 씨·30·여)

중국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 무(無)현금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금은 물론이고 신용카드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다. 어느 곳에서나 “솨카(刷잡·카드 결제할게요)” 대신에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제가 싸오(掃)할까요, 그쪽이 하실래요.” ‘싸오’는 스마트폰의 QR코드 스캔을 뜻하는 말이다.

취재진이 24일 베이징 곳곳의 쇼핑몰 마트 카페를 방문해보니 대부분의 손님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판매원에게 내밀며 QR코드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트에서 2.5위안(약 4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사고도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심지어 노점상도 QR코드 스캔 방식으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이제 QR코드가 붙어 있는 공유자전거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출퇴근한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주문할 때도 번거로운 회원가입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컴퓨터 화면의 QR코드를 찍으면 그만이다. 전기·수도료는 물론이고 세금까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하면 바로 해결된다. 중국 대도시에서 ‘모바일 결제로 무현금 24시간’이 가능한 사회가 매우 가까워진 것이다.

베이징 거리에서 만난 천야오 씨(22)는 “즈푸바오(支付寶·알리바바의 모바일결제) 웨이신즈푸(微信支付·위챗의 모바일결제)만 있으면 시내에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창모 씨(42·여)는 올해 3월 모바일결제로 공유자전거를 이용해본 뒤 공유자전거 광팬이 됐다. 관영 런민(人民)일보도 21일 중국의 모바일결제 열풍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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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모바일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2013년 10조7500억 위안(약 1774조 원)이던 결제액이 매년 165%씩 증가해 지난해 208조4100억 위안으로 커졌다. 우리 돈으로 3경44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모바일결제가 전체 결제 중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1%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은 모바일결제를 넘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결제까지 시도하고 있다. 런민일보에 따르면 AR, VR 안경을 쓰고 상품에 손을 대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신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스마트폰 의존증과 개인정보 유출 등 안전 문제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창모 씨(32·여)는 “휴대전화는 내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보물이라 잘 때도 전원이 꺼질까 걱정하며 꼭 쥐고 잔다”고 말했다. 한 50대 남성은 “그래도 현금을 갖고 다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탕주쥔 씨는 “모바일결제가 익숙한 1970, 80년대생이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완전한 무현금 사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뤼훙 씨(23·여)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가나 기업 간 결제 수단으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아직 크다. 지난해 농촌 지역의 모바일결제 규모는 23조4000억 위안으로 전체 모바일결제의 11% 수준에 불과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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