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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재호의 과학 에세이]마이너스 마이너스는 왜 플러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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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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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과학평론가


한 학생이 물었다. “마이너스 마이너스는 왜 플러스인가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수학 시간에 그렇게 배웠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 되는 거야.” 잠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왜 마이너스 마이너스가 플러스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부정의 부정이라는 논리학적 사고만으로 어린 학생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없었다. 2―(―1)은 왜 3인가? 더 나아가 (―2)×(―2)는 왜 4인가?

수학에서 빼기는 분명 부정 혹은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내가 2개의 사과를 획득했다면 +2, 1개의 사과를 빚졌다면 ―1이 된다. 그런데 ―1을 다시 뺀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마이너스를 뺀다고? 교과서에선 ±를 수평선으로 설명한다. 기준인 0을 중심으로 왼쪽은 마이너스, 오른쪽은 플러스이다. 그렇다면 원래 왼쪽으로 한 칸 간 것을 의미하는 ―1에 다시 마이너스를 붙인다는 건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2―(―1)을 다시 보자. 오른쪽으로 두 칸을 갔다가 왼쪽으로 한 칸을 가는 게 아니다. 왼쪽으로 한 칸 가는 걸 오른쪽으로 한 칸 가도록 해야 한다. 마이너스가 왼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하는데, 마이너스 마이너스가 두 번 나오면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1이 왼쪽으로 한 칸 가는 것인데, 그걸 빼주니, 즉 제외해주니 나에겐 한 칸 가는 게 이득이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한 칸 가야 한다고 설명하면 뭔가 부족하다. 마이너스는 분명 왼쪽으로 가라는 것을 지시한다. 그러면 마이너스 마이너스는 왼쪽으로 왼쪽으로 가라는 뜻이다. ±를 단순히 방향성만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운데 있는 마이너스와 1에 붙은 마이너스의 성격을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같은 마이너스이지만 다르다. 가운데 마이너스는 반대(부정) 혹은 제거의 의미를 갖는다. ―1은 왼쪽으로 한 칸 가라는 것인데, 그 반대를 뜻하니 오른쪽으로 한 칸 가면 된다. 사과로 다시 생각해보자. 2―(―1)에서 앞의 2는 내가 사과 2개를 획득한 것이다. 2개를 획득했다는 의미는 0개에서 2개를 획득한 것도 가능하나, 3개를 갖고 있다가 1개를 잃으면 2개가 남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후자로 설명하는 이유는 ―1을 다시 빼야 하기 때문에 미리 넣어둔 것이다.

잃는다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길을 가다가 1개를 실수로 흘리거나 은행으로부터 1개를 빌리거나 다양한 사건이 가능하다. 아무튼 ―1은 나에겐 손해다. ―1은 내게 손해를 주는, 즉 잃어버리거나 빌린 것이다. 그런데 빌려준 사람이 내게 친절을 베풀어 빌린 것을 제거해 준다면 나는 3개를 온전히 갖고 있게 된다. 또한 만약 신이 있어 내가 1을 잃어버리지 않게 한다면 나의 사과는 총 3개가 유지된다. 즉 2―(―1)=3이 되는 것이다. 채무를 변제해 주는 게 바로 마이너스 마이너스 개념인 것이다. 자연에서 나를 잡아먹는(마이너스) 천적이 사라져(마이너스)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지는(플러스) 경우다.

그럼 이젠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로 가보자. (―2)×(―2)를 이해하기 위해선 곱셈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는 앞의 숫자를 뒤의 숫자만큼 여러 번 더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2)×2는 (―2)+(―2)이므로 ―4가 된다. 즉 채무가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운 구구단은 사실 플러스의 변형이다. 그런데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라니! 마이너스 곱하기 플러스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이라면,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채무를 탕감해주는 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겐 좋은 일이고 이득이 된다. 천적이 연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2)×(―2)=4가 된다.

마이너스는 ‘모자라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마이너스의 첫 글자 m을 빨리 쓰다가 지금의 ―기호가 된 것이다. 그런데 모자라다는 뜻은 현대로 오면서 부족함, 빌림, 반대, 제거 등의 부정적 의미로 확장된다. 플러스는 ‘그리고’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면서 더함, 더함의 연속, 상승과 발전 등 그 의미가 넓어진다. 즉 수학적 기호의 절대성은 없는 것이다. 기호에 절대성을 부여하면 기호를 경외시하면서 자신과 멀어진다. 기호란 결국 인간의 사고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수단일 뿐이다.

과학교육의 핵심 역량은 과학적 사고력, 탐구 능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참여와 평생학습 능력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고력이다. 사고력은 수학의 논리, 추론, 계산 능력이다. 수학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간주했던 것들을 계속 곱씹게 해준다. 수학이 강조되는 중요한 이유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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