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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틈새 아닌 대세로 … 진격의 중저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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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회사

중저가폰 내세워 점유율 급상승

LG ‘Q6’ 삼성 ‘J7’ 출시해 반격

OS·앱장터 확장 ‘첨병’ 역할 톡톡

인도 등 신흥 시장 치열한 경쟁 예고

중저가 스마트폰 점유율 경쟁이 프리미엄폰 시장 못지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산 중저가폰의 대명사 오포·비보의 성장세가 특히 가팔라진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여기에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스마트폰에 탑재된 플랫폼 점유율 확장을 위한 ‘돌격 부대’로 확장성이 좋은 중저가폰이 활용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1일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50만원대 중가격 스마트폰 ‘Q6’를 최초 공개했다.

중앙일보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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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마트폰 ‘G6’ 모델의 디자인과 18대 9 화면비 풀비전 디스플레이, 화각 100도 후면 카메라 등의 기능을 이어받았다. 프리미엄급 모델보다 40만~50만원 낮은 가격에 사양은 프리미엄에 별로 뒤지지 않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LG전자는 신제품 ‘Q6’를 공개한 지 보름도 안 된 24일 비디오와 오디오 기능을 강조한 중가격대 신제품 ‘Q8’을 잇따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지난 21일 저가형 모델 ‘J7’에서 카메라와 배터리 기능을 강화한 2017년형 제품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가격대 갤럭시 A 시리즈와 저가형 J 시리즈의 선전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김춘곤 삼성전자 부장은 “지난해 4분기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로 시장 점유율이 18%로 하락해 애플에 1위 자리를 뺏겼지만 중저가 모델의 선전으로 올해 1분기 점유율이 23%로 올라 1위를 탈환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프리미엄 전략에 따라 중저가형 모델을 별도로 제작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중저가폰 시장을 내버려두고 있는 건 아니다. 최신 아이폰 모델의 직전 제품을 동남아·중국·인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 절반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중저가폰 경쟁에 대응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폰 경쟁에 뛰어드는 첫 번째 이유로 ‘오포·비보 효과’를 꼽는다. 오포는 지난해 1분기 5%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8%로 상승했다. 점유율 3위 화웨이를 2%포인트 격차로 추격하면서 글로벌 점유율 4위에 오른 것이다. 특히 글로벌 제조사들의 중저가폰 격전지인 인도에서의 확장세는 눈부시다.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1분기 점유율이 각각 1.2%와 1.8%에 머물렀지만 1년 만에 7.2%와 7.1%로 올라섰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가격대 제품 사양을 비교하면 오포·비보 제품이 삼성·애플 제품에 비해 크게 달리지 않는다”며 “오포·비보 효과는 다른 제조사의 중가격대 제품까지 준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리게 만들었고 이런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마트폰 전문가도 “오포·비보는 중국 현지에서 다단계 판매 형식의 독특한 유통 전략으로 점유율을 키웠다”며 “동남아·중동·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화교 조직을 통한 다단계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전문가는 오포·비보의 선전과 함께 LG전자의 중저가폰 경쟁 참여로 중저가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저가폰은 기계 그 자체만이 아니라 OS와 앱장터 점유율 싸움의 첨병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체 OS·앱장터를 보유한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영향력이 없는 신흥 시장을 찾아 중저가폰을 앞세워 OS와 앱장터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애플은 앱스토어 매출액이 스마트폰 매출액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가 공개한 애플의 올해 상반기 앱스토어 관련 매출액은 49억 달러(약 5조6000억원)로 10년 전인 애플 전체 매출액 35억 달러(약 4조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OS가 주름 잡지 못하는 시장에서 자체 개발 OS인 타이젠과 갤럭시앱스토어를 확장하는 데 저가형 J시리즈를 활용하고 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인도·러시아·동남아 등 안드로이드 OS의 영향력이 낮은 시장에서 자체 개발 OS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해 중저가폰을 이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만 팔고 말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플랫폼 매출까지 고려한 결과가 중저가폰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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