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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패션 대기업 갑질 못참겠다” 성난 중소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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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신고’ 잇따라

‘플레이노모어’ 브랜드 운영 채니

“삼성물산, 재고부담 안기로 해놓고

가방 2천개 반품…1억8천만원 요구”

삼성물산 “반품 강요하지는 않아

에르메스-채니 모방 분쟁에 불가피”

SJY코리아 등 핸드백 제조 4곳도

MCM 브랜드 성주디앤디 신고

“부당 단가 적용에 피해…폐업까지”



한겨레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불량품이 아닌 제품까지 ‘불량’이라고 표기해 협업 업체에 반송한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반송 물품 중에는 펜 자국(점선 안) 등이 있는 훼손품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제공 채니더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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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등 패션업계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채니더디자인스튜디오(채니)는 지난 10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부당 반품과 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채니는 눈알 모양의 디자인을 얹은 핸드백이 주력 상품인 브랜드 ‘플레이노모어’를 운영하는 중소업체다.

채니의 김채연 대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먼저 협업을 제안한 뒤 2014년 9월부터 1년간 사업을 진행했는데 계약이 끝난 1년 후인 2016년 9월에 2천여개 제품을 반품했다. 또 연말에는 대금 1억8천만원을 요구하는 세금계산서도 보냈다.

삼성물산이 재고품의 반품을 요구하기 시작한 때는 2016년 6월이었다.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채니가 자사의 ‘버킨백’, ‘캘리백’ 등과 착각을 가져온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해 같은 달 1심에서 승소했다. 이를 이유로 삼성물산은 “일부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고, 대기업이라 0.001%라도 문제 있는 것은 판매하지 못한다”며 채니 쪽에 반품을 요구했다. 또 “패션업계 관례상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반품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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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약서상 삼성물산의 반품 요구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채니에 따르면, 제품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요구대로 만들어져 계약서상 반품 사유에서 제외된다. 더욱이 ‘사입’ 방식으로 사들여 반품 권한도 없다. 사입은 판매자가 공급자에게 주문한 제품값을 모두 치르는 방식으로, 판매자는 싸게 제품을 사들일 수 있지만 재고 부담은 떠안아야 한다. 김채연 대표는 “디자인도 변경하고, 소재 선정까지 관여한 것은 물론 사입인데도 만든 지 2~3년이 넘은 재고를 넘기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채니의 공정위 제출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은 채니의 제품을 팔아 3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채니 쪽에 대금으로 지불한 15억원을 제외하면 삼성물산은 20억원을 남긴 셈이다. 채니의 이익은 2억3천만원에 그쳤다.

반면 삼성물산 쪽은 김 대표가 먼저 반품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김채연 대표가 ‘반품을 하기로 했다’는 언급이 2016년 6월22일 보내온 전자우편에도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에르메스와의 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뒤 삼성물산 담당자가 전화로 먼저 ‘반품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당시에는 삼성과의 거래도 완전히 끊길까 염려되어 최대한 협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수개월 연락이 없다 자신들의 관리 소홀로 훼손된 물품까지 포함시켜 9월에 반품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과 달리 롯데·갤러리아백화점 등은 거래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지난 5월 반품에 대한 대금을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지급명령신청을 냈다. 삼성물산은 “준법 경영을 매우 중요한 업무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에르메스와 분쟁으로 제품을 팔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플레이노모어 제품이 에르메스 제품과 일부 형태에 있어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 공정한 거래 질서 및 자유로운 경쟁 질서를 해쳤다고 보기 힘들다”며 1심을 뒤집었다.

앞서 핸드백 제조업체인 에스제이와이(SJY)코리아, 맨콜렉션, 원진콜렉션, 신한인비테이션 등 4곳도 부당한 단가 적용 등을 이유로 핸드백 브랜드 엠씨엠(MCM)을 생산·판매하는 성주디앤디를 지난 3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성주디앤디와 협력업체는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을 거쳤으나 합의하지 못해 공정위가 6월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불공정거래로 경영난을 겪던 에스제이와이코리아와 원진콜렉션은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다. 이 회사를 운영하던 김서원씨는 “납품 마진(수익)을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바꾼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꼽았다. 엠씨엠 핸드백 제조원가의 17%를 마진으로 정하는 ‘정률제’였는데, 이를 2005년 10월부터 정액제로 바꿔 지난 12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주장이다. 또 한 달에 평균 1천만원씩 드는 샘플(본보기) 제품 제작비를 성주 쪽이 지급하지 않다가 올해 1월에야 12년 치 중 3년 치를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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