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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靑이 띄운 메기 '오뚜기' 긴장하는 대기업 고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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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27일 靑 간담회 참석에

재벌 14곳 ‘열등반 낙인 찍힐라’

진솔한 대화 가능할 지 회의적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간의 간담회가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8월로 계획됐던 재벌그룹과의 대화가 오는 27~28일 이틀간 열린다. 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재계와 기업인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해 총수들과 머리를 맞대는 일은 자주 있을수록 좋다.

하지만 ‘착한기업’으로 불리는 중견기업 오뚜기가 초청 대상에 포함되고 첫날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더불어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제로,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펼치는 오뚜기를 통해 메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나, 섣부른 줄세우기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14개 재벌그룹, 오뚜기를 포함한 간담회는 27~28일 이틀에 걸쳐 두 그룹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이 재벌그룹 총수를 한꺼번에 만나지 않고 두 그룹으로 나눠 만나는 것은 이레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 개최 소식을 전한 뒤 “이번 대화는 과거의 형식적인 대통령과의 대화 방식에서 탈피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라며 “일자리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처럼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하루에 7, 8명의 기업인을 초청해 내실 있는 토론을 갖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가 첫날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첫날 참석 기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오뚜기와 같은 날 참석하지 못하는 그룹은 열등반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첫째 날과 둘째 날 참석하는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특별히 없다고 하지만, 흘러나오는 얘기는 다르다. 박 대변인마저, ‘두 그룹을 상생협력을 잘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런 기준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잘하고 있는 곳을 위한 격려 의미와 노력하지만 성과를 아직 목표한 만큼 도달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응원”이라고 설명했다. 말은 격려와 응원으로 포장했지만,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와대 정책실과 대한상공회의소가 두 그룹을 분류하기로 한 가운데, 재계는 첫째 날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 대상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다. 기업들을 우등반과 열등반으로 나눠 대통령이 일자리창출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주문하면 얼마간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보장하기 힘들다. 내실있는 토론을 하겠다는 취지도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첫 간담회부터 우열반을 편성하고 줄세우기를 해서는 재계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다”며 “정부의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의 핵심은 일자리창출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들이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부담스러워 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와 대한상의는 27일 간담회에는 재계 순위가 짝수인 현대차·LG 등과 오뚜기가, 28일에는 삼성과 SK 등 재계 순위 홀수그룹이 참석하는 것으로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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