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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팩트인 뉴스] 법인세가 인상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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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인하는 국제적 추세… 美·英선 15%까지 낮추기로 / 한국 22%… OECD 평균과 유사/대기업에 25% 부과땐 평균 이상/보수정권 9년간 투자 늘지 않아/인하에 따른 ‘낙수효과’ 회의적/기업 해외 이탈 사례 종종 나타나/세금이 주원인이라고 단정 못지어

문재인정부의 법인세 인상 방침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법인세 인상이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반박한다. 법인세를 올리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잠식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해외 이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누구말이 맞을까.

세계일보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다섯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당정 협의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우리나라 법인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일부만 맞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7%와 유사한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17번째로 높다. 현재 정치권은 여당을 중심으로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25% 세율 부과를 추진 중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중 평균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이 높은 이유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 소득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명목 법인세율이 다소 높더라도 실효세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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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는 국제적 추세다?

사실이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미국(35%)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5%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일부 조정된 20∼25% 인하가 추진되고 있다. 영국도 2010년 28%였던 법인세율을 2020년 1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고, 캐나다도 2007년 21%에서 현재 15%의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OECD 회원국 중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그리스·칠레·아이슬란드·멕시코 등 6개국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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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이다. 법인세가 인하되면 기업 투자가 다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들의 투자율은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마다 0.2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기업의 총비용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업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는 아니란 얘기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 증가의 충분조건이 아닌 것처럼 법인세 인상이 기업 투자 축소의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를 부인했다. 법인세 인하 기조를 유지한 보수 정권 9년간 기업의 유보소득은 늘어난 반면 투자는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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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가 올라가면 기업이 해외로 이탈한다?

일부 사실이다. 야당과 재계는 법인세가 올라가면 국내 기업의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업들은 영업환경, 기업정서 등을 종합해 소재지를 결정하지 법인세 부담을 두고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에 따른 기업의 이동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외식업체 맥도널드는 유럽 본사를 영국에서 법인세가 낮은 스위스로 이전했고, 미국의 제약회사 액티비스는 아일랜드 기업 인수를 계기로 본사를 옮겼다. 단 이들 기업의 이동이 단순히 법인세 인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국세청 한 고위관계자는 “법인세가 기업 이전 조건 중 하나가 될 순 있지만 전부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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