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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원세훈 노골적 선거개입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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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를 없애는 공작을...그게 여러분이 할일"

이른바 '원세훈 녹취록'에서 국가정보원이 자의적으로 삭제했던 부분 가운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정치에 개입한 충격적인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용은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증거로 인정되면서 4년째 진행 중인 재판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24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이뤄진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재판에서, 검찰은 원세훈 녹취록 가운데 복원된 내용을 새로 증거로 제출했다. 원세훈 녹취록은 2009년∼2012년 사이 원 전 원장이 국정원에서 주재한 전 부서장 회의를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언론 매체를 없애는 공작을 지시하거나,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거나, '좌파'들이 국정을 발목잡는 것을 차단하라는 등의 지시가 담겨 있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해당 부분을 삭제한 채로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이 지워진 부분을 복구해 검찰에 다시 보냈고,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공개했다.

"(지방선거, 서울시장 보궐 등) 선거 자체 결과는 바꿀 수 없는데, 내년도에 더군다나 큰 선거가 두 개 있는데 사실 아닌 것으로 해서 선거에 영향 주게 되는 것을 우리 (국정)원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거예요."(2011.11)

복원된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0년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분석하면서 국정원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인물도 여러 가지 제대로 된 인물이 발굴될 수 있도록 그런 노력할 필요도 있다"며 좋은 후보들을 발굴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검찰은 "2011년 10.26 재보선 전후에 정치적 상황에 비춰서 명백히 선거운동 목적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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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결심 공판에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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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세무민 정당화시키자는 얘기"

원 전 원장은 재판 등을 통해 줄곧 심리전단 활동 내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녹취록에서,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 활동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심리전단 같은 데서도 뭐냐하면은 지금 좌파들이 국정이 앞을 잘 가는 것을 발목 잡으려는 것을 여러분들이 차단시키고..."(2009.10)

"심리전이라는 게 대북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도 꽤 중요해요."(2012.4)

원 전 원장은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대처를 잘 할 것을 주문한다.

"각 부서장들은 관계 단체들에,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 오찬간담회 해서라도 일주일에 두세 번이나 한 번이라도 거기 주요 멤버들 돌아가면서 또 시군별로까지도 불러가지고 자꾸만 우리 우호세력을 그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란 말이야. 혹세무민된 거 정당화시키자는 얘기. 그거를 활동상황 보고를 해요. 그게 내가 볼 때는 오프라인 쪽에서 중요하고, 온라인 쪽에선 우리 직원들이 나서서 계속 대처하고..."(2011.11)

여기서 등장하는 '관계 단체'는 탈북자 단체‧보수 단체로 추정된다. 원 전 원장은 복원된 녹취록에서 2009년 10월 "탈북자 단체 관련해 창원도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지역 사람들 관리하려며 건전한 단체를 우리가 만들어서 지원을 좀 해줌으로써 견제를 하는 것"이라며 관계 단체에 대한 우회 지원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검찰은 "모두를 대국민 심리전 하면서 지부장들이 사람 만나서 설득하고 그것이 언론에 퍼나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국정원 직원의 온라인 활동이나 심리전단 활동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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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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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도 매체를 없어버리는 공작을 하든지"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여론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여러 번 강조했다. 심지어 "보도매체를 없애버리라"는 발언도 했다.

"선제 대응을 해야지 하고 난 다음에 비난 기사가 실려서 양비론 비슷하게 해가지고, 기사 나오는 다음에 칼럼으로 몇 개 실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오늘 예를 들어가지고 빨리 처리해야지."(2011.11)

"여론에서 어떤 문제 났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고 생각해야지 뭐가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에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하게 하든지 안 그러면 그런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든지...그런 게 여러분들 할 일이지."(2009.10)

검찰은 이날 최종의견을 통해 "피고인은 국정원을 국정 수행 보좌 기관으로 인식하고 정부 여당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과 유사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을 통해 이들을 공격해 게시글을 올리는 등 사이버 여론조작을 했다"고 했다.

이어 "정치, 선거, 여론을 임의 조성해 민주적 작동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헌법적 형태를 저질렀다"며 "국정원장이 그릇된 인식으로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안보 자원이 사유화돼 안보 역량 저해를 초래했음으로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결국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씩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결심을 끝으로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모든 심리가 끝났다. 선고는 다음 달 초중순께 이뤄질 예정이다.

기자 : 서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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