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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소통'과 '청탁'사이… 대통령과 재계 첫회동에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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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재계 총수 간담회]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기업들 입조심-몸조심]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최순실)의 이권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발표한 탄핵심판 결정문 중 한 부분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업이 입은 상처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적시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과 그룹 총수간 독대 자리에서 오고 간 얘기들이 기업 현안들과 맞물려 '청탁'으로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지는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소통 자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이런 만남은 갖지 않겠다고 누누이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이틀간 기업인들과 첫 회동을 갖는다. 대상은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14개 주요 그룹이며 중견기업 중엔 유일하게 오뚜기가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첫날(27일)엔 현대차(2위)와 LG(4위), 포스코(6위), 한화(8위), 신세계(10위), 두산(12위), CJ(14위)와 오뚜기 등 그룹별 자산순위 짝수그룹이, 둘째날(28일)엔 삼성(1위)과 SK(3위), 롯데(5위), GS(7위), 현대중공업(9위), KT(11위), 한진(13위) 등 홀수그룹이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만큼 권오현 부회장의 참석을 타진 중이다. SK에선 최태원 회장, LG는 구본준 부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상견례 자리인 것을 고려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각 기업의 총수급이 참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만찬을 겸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새 정부 역점 사업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하는 청와대의 바람과는 달리 각 그룹들은 자칫 '청탁'으로 비칠 수 있는 대기업 정책이나 기업별 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건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머니투데이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재계 현안을 비롯해 총수 부재(삼성), 판매부진(현대차), 경유세 인상(SK) 등 각 그룹별 애로사항에 대한 전달이 시급하지만 이같은 얘길 꺼내긴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시각인 것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24일 "일상적인 협조 요청과 청탁을 구분하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오는 것 외에 뭘 기대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애로사항은 기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가 문제"라면서도 "지난 정권의 트라우마 때문에 건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자리에선 의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계 전체 이슈도 대한상의 등이 대표로 나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장 문제가 될 법인세 인상의 경우 기업 생산성 하락으로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전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청탁과 기업경영의 애로사항 건의는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정치권과 기업간 관계는 갑을 관계에 가깝다"며 "최근 갑을간 공정거래를 살펴보는 정부의 활동이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과 기업간의 관계도 공정한지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바라는 것은 투자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라며 "이런 게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간담회가 기업들의 애로와 건의 사항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업1부, 정리=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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