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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시간 폭우에 쑥대밭 된 인천…“한국 3대 도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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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루 지난 24일도 895채 침수·1천여명 이재민 신세

인천시, 침수원인 파악 못해…시민들 “대처능력 한심”



한겨레

24일 주민들과 소방관들이 건물 지하에 있는 물을 호수로 퍼내고 있다. 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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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3대 도시를 자처하는 인천시가 110mm의 비에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지난 23일 인천 강수량은 남구 110.5mm, 남동구 110mm, 동구 110.5mm, 부평구 92mm, 중구 85.5mm 등을 기록했다. 이날 비는 오전 6시 15분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전 8∼9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가 정오께 멈췄다.

기습폭우가 집중된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하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컸다. 집중호우가 내린지 하루가 지난 24일 현재도 남동구·남구·부평구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반지하 주택과 상가 등 895채가 물에 잠겨 1천여 명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다. 또 침수 가옥·상가 중 절반가량은 아직도 복구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배수와 청소작업이 진행 중이다. 남동구 간석역 주변 도로에서는 물이 제때 빠지지 않아 쓰레기통과 폐타이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또 침수 여파로 인천∼부평역 구간에서는 전동차 운행이 오전 9시 30분부터 약 27분간 중단됐고, 인천지하철 2호선 가재울역 인근에서는 반경 1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나 한때 차량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인천∼김포 고속도로 북항터널은 침수돼 양방향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으며, 인천시는 복구작업이 완료되는 27일께나 차량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 서구의 한 고층 아파트도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구내 수전설비가 침수돼 건물 4개 동 가운데 3개 동이 정전돼 주민 400여 가구가 이틀째 불편을 겪고 있다.

90대 노인이 자택에서 침수로 숨지거나 많은 주민은 동사무소 등에 대피하는 기습폭우로 인해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장에서는 근로자 7명이 지하 현장에서 작업 중 갑자기 차오른 물에 고립됐다가 약 1시간 만에 구조됐다.

인천시는 이런 침수 피해에 대해 짧은 시간 폭우가 집중된 탓에 피해가 컸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가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 가동을 늦게 한 탓에 침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민들은 인천시의 늑장 행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기상청은 23일 오전 8시 인천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고 오전 9시 20분 호우경보로 대치했지만 소래, 구월, 삼산 1·2 펌프장 등 상당수 배수펌프는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수펌프는 매뉴얼대로 가동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하수관로 시설이나 저류지·유수지 현황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인천시의 이번 대처 능력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시와 시장이 인구 300만명을 넘어선 대한민국 3대 도시라고 자랑만하고 다녔지 시민들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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