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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리포트+] '위안부' 김군자 할머니 별세…"모든 걸 다 주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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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어제(23일) 오전 8시,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근조 화환을 보내고 페이스북에 "강인한 생존자, 용감한 증언자였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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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직접 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또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고인을 애도하는 각계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 김군자 할머니의 왼쪽 귀를 앗아간 위안부 생활

지난 1926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김군자 할머니는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 살다 17세이던 1942년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김 할머니는 위안소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붙잡힐 때마다 일본군에게 구타를 당한 김 할머니는 이 과정에서 결국 고막이 터지는 바람에 왼쪽 귀 청력을 잃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위안부 생활에 김 할머니는 3년 동안 7번이나 스스로 생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김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38일을 꼬박 걸어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당시 함께 강을 건너던 친구 1명이 강물에 떠내려가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죽을 고비 끝에 고향에 돌아온 김 할머니는 위안소로 끌려가기 전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와 생활했지만,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1998년 72세의 나이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나눔의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김 할머니는 홀로 가사도우미,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 "한·일 합의 인정 못 한다"…'여장부' 같았던 김군자 할머니

김군자 할머니는 지난 2007년 2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등과 함께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권 보호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참혹했던 위안부 생활을 적나라하게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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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5개월 뒤, 미 하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김 할머니의 증언이 "위안부 동원은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라는 내용이 담긴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겁니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을 때도 김 할머니는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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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의 치유금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여장부였던 김 할머니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 "모든 걸 다 주고 가셨다"…기부 천사로 남은 김군자 할머니

우리는 김 할머니를 '기부 천사'로 기억합니다. 정부로부터 받은 배상금 등을 사용하지 않고 모아, 2000년, 2006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2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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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모든 걸 다 주고 가셨다"는 한 마디로 김 할머니를 기억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생전에 입버릇처럼 "나눔의집 생활을 하며 받은 도움을 갚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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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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