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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심 깊어지는 인텔, 점유율 하락에 이어 수석 CPU 설계자마저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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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독주 체제를 구축한 인텔이 올 1분기 출시된 AMD 라이젠(Ryzen) 시리즈의 일격(一擊)에 휘청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여년간 핵심 제품 개발에 관여했던 수석 CPU 설계자가 인텔을 떠나 회사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CPU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새로운 CPU 제품군인 라이젠을 출시한 AMD의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벤치마크 사이트인 패스마크(Passmark)는 AMD의 점유율이 1분기 18.1%에서 2분기 20.6%, 3분기에는 25%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비즈

블룸버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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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마크의 이같은 전망치가 실제 CPU 판매량이 아니라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한 횟수를 기반으로 산출된만큼 수치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AMD의 새로운 CPU가 소비자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근거로 이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AMD의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 따르면 AMD의 국내 CPU 시장 점유율은 라이젠 출시 직전인 2월경 1% 미만에 머물다가 두달여만에 24%로 급상승했다. 99% 수준의 점유율로 사실상 독식하던 인텔의 아성(牙城)이 크게 꺾인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에 AMD가 내놓은 라이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 AMD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수석 설계자 짐 켈러 부사장이 2012년경부터 라이젠의 전신인 젠(zen) 아키텍처의 기틀을 탄탄히 닦아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텔의 CPU 혁신 속도가 현저히 둔화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15년 발표된 스카이레이크(Skylake) 아키텍처 이후에는 성능 향상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인텔은 지난해 회사의 전통이나 다름없던 틱톡(TicToc) 전략을 포기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틱톡이란 인텔이 2년마다 프로세서의 아키텍처의 쇄신과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를 각각 번갈아 바꾼다는 전략이다. 틱(Tic)은 공정 미세화, 톡(Toc)은 아키텍처 변경을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 인텔은 이를 폐기하고 미세화, 아키텍처, 최적화(Optimization)로 변화의 주기를 늘렸다.

인텔의 황금시대를 함께 해온 수석 CPU 설계자 프랑수아 피에노엘 Francois Piednoel)마저 최근 인텔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에노엘은 지난 20년 동안 인텔에서 일했으며, 카트마이, 콘로, 펜린, 네할렘, 샌디브릿지, 스카레이크, 카비레이크, 아톰 등 인텔의 모든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인물이다.

피에노엘은 인텔 퇴사 이후 거취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쟁사인 AMD에 입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피에노엘이 글로벌 반도체 회사 널리 인정 받는 인물인만큼 엔비디아, 퀄컴 등 인텔의 직간적접인 경쟁자인 회사들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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