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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러시아 스캔들 벼랑에… 트럼프, 美사상 첫 '셀프 사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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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측근 수사 압박감… 트위터에 "난 완벽한 사면권 있다"]

- 美 법률계·정치권 요동

"미국 기본 가치에 대한 모욕

트럼프가 가족 사면할 경우 위헌 논란·사법 방해 혐의…

탄핵 여론 다시 불거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자신의 측근과 가족들에게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 역사상 처음으로 '셀프 사면'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미 대통령은 완벽한 사면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드러난 것은 정보 기관이 유출한 기밀 문서와 가짜 뉴스 외에는 (증거가) 없는데, 스캔들에 연루된 이들에게 사면권을 행사하면 어떠냐"라는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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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가 대통령 사면권으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참고인과 가족, 자신까지도 사면할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문의했다"고 보도하자, 트럼프의 변호사 제이 세큘로가 CBS 방송에서 "사면권은 논의한 적도 없다"고 해명한 지 하루 만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 정부가 작년 미 대선 당시 자신에게 우호적인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로버트 뮬러가 이끄는 특검팀이 수사 중이다.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측근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은 헌법에 '대통령은 범죄에 대한 형 집행을 유예·사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자신의 범죄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 미국에선 기소되거나 법원 판결을 받기 전에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수사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 앞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1974년 '워터 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향후 기소 대상도 되지 않는 '무조건 사면' 조치를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대통령이 특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자신과 가족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법률계와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리처드 프리머스 미시간대 교수는 "헌법학자 절대 다수는 '셀프 사면'은 미국의 기본 가치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한다면 권력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트럼프가 가족들을 사면할 경우 위헌 논란과 함께 '사법 방해'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만약 트럼프가 내년 중간 선거 이전에 사면을 단행한다면 탄핵 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지금 탄핵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때는 탄핵 여론에 가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사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압박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WP는 22일 "세션스 법무장관이 작년 대선 기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駐美) 러시아 대사와 두 차례 만나 대선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둘이 만난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대선 기간 중 대선 관련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전날인 21일 뮬러 특검은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맏사위 쿠슈너가 러시아 정부 측 인사들과 회동했을 당시 이메일과 노트 기록 등 자료 일체를 보존할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또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도 "러시아와의 회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편 의회전문지 더 힐은 미 하원이 오는 25일 북한·러시아·이란 3개국에 대한 각각의 제재 법안을 패키지로 일괄 처리할 방침이라고 22일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제재법안에는 지난해 미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해제하려 할 때는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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