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처리 안건은 정부여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절실하다고 호소해 온 추경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추경 시정연설을 통해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추경 처리는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에 이뤄졌다. 최근 10년간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추경안 처리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꽉 막혔던 국회를 청와대가 ‘대리 사과’를 하면서 겨우 협상의 물꼬가 트였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설득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냈다. 그런데도 마지막 본회의 처리에 다른 것도 아닌 정족수가 부족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120석인 집권여당 민주당의 본회의 불참 의원은 26명이나 됐다. 대부분 해외 출장이나 개인 휴가, 지역 일정이 이유였다. 여기에는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뒤늦게 기강 확립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과연 지도부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도 의문이다. 추 대표는 한국당 참석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페이스북에 본회의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야당 비판 글을 잇달아 올렸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뻔히 예상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치밀한 원내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기만 했다. 이런 지도부의 영(令)이 설 리 없다.
제1야당 한국당도 대안 없이 반대만 고집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3당 연합전선이 형성돼 ‘왕따’ 처지에 몰리자 지연전술을 폈다. 본회의 표결 직전에도 퇴장했다가 ‘발목 잡기’ 비난을 우려한 듯 막판에 슬그머니 참여했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원내 4당 체제인 국회 현실을 두고 정부여당이 야당 탓만 할 수는 없다. 당장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 과제가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끊임없이 야당을 만나 설득하고 타협하며 협치(協治)를 추구해야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에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