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100원씩 십시일반 … 볼리비아 오지에 학교 세운 ‘희망천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지인 돕는 공정여행가 한영준씨

“가난해서 교육 못 받는 것 불공평”

2300여 명 후원자에게 3억 모아

산골 마을 아이들 무상 교육·급식

개도국에 병원 짓는 NGO도 계획

“하루 100원씩 후원 4만 명이면 돼”

중앙일보

볼리비아 오지의 뽀꼬뽀꼬 마을 ‘희망꽃학교’ 초대 교장인 한영준씨가 운동장에서 원주민 아이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 먹고 있다. [사진 희망꽃학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남미 최빈국에 속하는 볼리비아에는 뽀꼬뽀꼬(Pocopoco) 마을이 있다.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산골 오지다. 전기와 수도가 설치 안 된 집이 수두룩하다.

이곳에 사는 주민 500여 명은 포도와 감자·옥수수 농사를 짓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밥을 굶기 일쑤다. 정규 학교들의 교육도 전반적으로 부실하다.

하지만 이 마을에 졸업장을 주는 정규 학교는 아니지만 누구나 매일 점심을 공짜로 먹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있다. 2015년 10월 문을 연 ‘희망꽃학교’다. 공정여행가 한영준(32)씨가 후원금 1억원을 모아 마을 원주민이 기증한 땅(330㎡)에 2층짜리 학교를 지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질병에 시달리고 교육을 못 받는 현실은 불공평하다”며 2013년 4월 첫 삽을 떴다. 이 학교 초대 교장을 지낸 한씨가 현재 이사장이다.

희망꽃학교에는 현지 유치원·초·중·고교 학생 70여 명이 다닌다. 현지인 교사 3명과 영양사 2명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책임진다. 이들은 볼리비아 최저 임금(35만원)의 2배 수준인 50만~7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희망꽃학교는 뽀꼬뽀꼬 마을뿐 아니라 인근 25개 마을에 사는 학생 1100여 명에게도 학용품과 생필품·기초약품 등을 나눠주고 있다. 마을마다 찾아 다니며 아이들에게 위생교육과 성교육도 한다. 주민들에게는 옷과 쌀을 지원한다. 그동안 도서관 3개를 더 세웠다.

희망꽃학교가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들어간 돈은 3억원가량이라고 한다. 전북대 철학과 4학년 휴학생 신분인 한씨가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모았을까. 그는 ‘십시일반(十匙一飯)’ 덕분이라고 말한다.

기업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 후원도 매달 최대 1만원만 받는 게 원칙이다. 하루 100원씩 월 3000원을 내는 후원자가 대부분이다. 모금을 시작한 2011년 17명이던 정기 후원자가 현재 2300여 명으로 늘었다.

한씨는 “후원금을 한꺼번에 받으면 간섭이 심해진다”며 “사회적 빈민도 최대 후원자가 될 수 있게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은 그가 2009년부터 공정여행(fair travel)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생겼다. 공정여행은 내가 쓰는 돈이 현지인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한씨는 “희망꽃학교를 설립한 것도 공정여행의 범주를 넓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잠시 입국했다. 개발도상국에 병원을 짓는 비영리기구(NGO)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정부가 의료 혜택을 못 주는 나라에 병원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모금액 목표는 100억원이다. 그는 “하루에 100원씩 내는 정기 후원자 4만 명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한씨는 한국에 와서도 바쁘다. 학교와 기업·교회 등에서 강연을 하면서 후원자를 모집하고 길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며 기부금을 모은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다. 그는 “세상에서 기아를 없애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