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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단추ㆍ볼펜ㆍ라이터 카메라…피서지는 지금 ‘몰카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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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촬영범죄 매년 증가

경찰 최첨단 전파탐지기 구입

물놀이 시설 순찰인력 추가 배치
한국일보

11일 서울 뚝섬 한강수영장에서 광진경찰서 관계자들이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통해 탈의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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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정모(31)씨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몰카(몰래카메라) 탐지기’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요즘 수영장 등에서 촬영된 몰카 동영상이 유포돼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직접 본 한 대형 워터파크 샤워실에서 찍은 몰카 동영상이 떠올라서다. 정씨는 ”단추나 시계에 몰카를 감추는 등 기술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데 워터파크 같은 곳을 가는 사람은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몰카 공포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에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특히 물놀이 시설과 해수욕장 등 피서지 이용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몰래 훔쳐보고 기록하려는 첨단기기에 대한 공포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몰카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1,523건이던 범죄는 2016년 5,1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인천에서 수영장을 다닌다는 직장인 송모(29)씨는 “주변에서 몰카 얘기들을 워낙 많이 해 샤워실이나 화장실에 가면 수상한 물체가 있는 지부터 살피는 게 습관이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 수영장이나 물놀이 시설에서는 송씨처럼 몰카 탐지기를 들고 샤워실 등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연세대 서강대 등 일부 대학 총여학생회에서 몰카 탐지기를 자체적으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대여할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몰카’는 예민한 문제가 됐다.
한국일보

경찰과 물놀이시설 운영업체도 범죄 예방을 위한 ‘몰카 퇴치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아예 최첨단 몰카 단속장비를 구입해 ‘변태’ 색출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시계나 라이터, 볼펜 등으로 위장한 카메라를 전파 수신으로 탐지하는 전파탐지기 17대를 각 지방 경찰청에 한 대씩 보낸 데 이어 적외선을 쏘아 렌즈에서 반사되는 빛을 탐지해 내 전원이 꺼진 카메라까지 잡아낼 수 있는 렌즈 탐지기 70대도 전국 각지 주요 물놀이 시설 관할 경찰서 등에 보급을 마쳤다. 경찰은 또한 몰카범을 신고하는 경우 보상금을 최대 2,000만원까지 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대형 물놀이시설 역시 자체 순찰인력을 추가 배치하거나, ‘촬영 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등 범죄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 용인시 캐리비안베이 관계자는 “여성 샤워실과 탈의실 등에 정복 차림의 순찰전담 여직원 4명을 배치해 셀카 사진과 동영상 촬영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요 시설에서는 휴대전화 및 방수팩을 들고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몰카 피해는 피서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범죄”라면서 “사회 곳곳에서의 감시 활동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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