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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플러스] “휴가요? 그림의 떡이죠”…‘스펙 쌓기’ 바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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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00점’ 달성하랴… 인턴·공모전 준비하랴 / 쉴틈 없는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 1000명 설문… 46% “여행가고파” / 현실적 응답 ‘취업준비’ 가장 많아 / “두 달에 인생 달려… 휴식은 사치” / 등록금·생활비 벌기 위해 알바도

세계일보

“방학이요? 스펙 쌓는 시간이죠. 방학이 더 바빠요”

대학교 3학년 김모(25)씨의 푸념이다. 김씨는 올해 2월 군복무를 마치고 1학기에 복학했다. 오랜만에 맞는 여름방학에 유럽 배낭여행을 꿈꿨던 김씨지만, 현실은 매일 아침 토익 학원이다. 김씨는 “지난 5월 토익유형이 새로 바뀌었다더라. 내년 취업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본 스펙’이라 불리는 토익 900점을 넘겨야겠다고 생각해 여름 방학 시작하자마자 토익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 방학에는 인턴과 공모전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학기 중보다 오히려 방학이 더 바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학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의 건전한 발달과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다. 실제로 대학생들도 방학에는 휴식을 원하고 있다. YBM넷이 설문조사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최근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남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6%가 여행(46.5%)이나 휴식(14.1%)으로 쉬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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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층 사이에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학점을 제외한 나머지 스펙을 쌓아야 하는, 오히려 학기 중보다 더 바쁜 시기다.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에 현실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일로 취업준비(26.4%)와 아르바이트(25.9%), 외국어 공부(20.5%)를 꼽았다. 여름방학 동안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는 어학점수 취득(51.4%)과 자격증 취득(44.7%)과 인턴,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의 업무경험(36.2%)을 꼽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며 취업의 가능성을 1%라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방학을 맞기전 5~6월부터 정부부처나 연구소, 기업, 은행 등의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기말고사 준비와 함께 인턴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전쟁 같은 시기를 보냈다. 대학교 4학년 박모(25·여)씨도 7월부터 대기업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는 “이번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이번 여름방학 두 달 동안의 성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곧바로 전환되어 지옥 같은 취업 시장을 피할 수 있느냐가 달렸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름방학의 여행, 휴식은 사치다. 이번 두 달에 내 인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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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교 기숙사와 대학교 앞 원룸촌은 방학임에도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취업 준비뿐만 아니라 가장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고향집에 잘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조모(22)씨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3일 정도만 부산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 왔다. 부모님은 더 있다가라고 하셨지만, 아르바이트와 영어학원, 공모전 준비 때문에 고향집에 오래 머무르면 뒤쳐질 것 같아 빨리 올라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모으기는 힘들지만, 학기 중에 쓸 생활비와 영어학원비,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료 정도는 벌 수 있다.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방학에도 쉴 새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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