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최저임금 10만원 지원받는다고, 자영업 폐업 줄어들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자영업자 557만명

대부분 일자리 못구해 창업

과당경쟁 과포화

작년 84만명 문닫고 110만명 진입

최저임금 보전대책은 결국 ‘미봉’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해온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7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5)씨는 요즘 한숨이 깊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서다. 그는 “주방과 손님 접대하는 일에 직원 6명과 아르바이트 3명을 쓰고 있는데 내년부터 달마다 인건비만 200만원 가량 더 들어가게 됐다. 주변 식당들과 경쟁 때문에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 게 뻔하다. 한마디로 답이 보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7530원)은 김씨처럼 직원을 둔 자영업자에게 파장이 크다. 23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영리 목적의 개인사업자’를 뜻하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557만으로 전체 취업자의 21.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이 401만으로,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을 받지 않는다. 반면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인 156만명은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이런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음식·숙박업, 도소매 등 경쟁이 극심한 업종에 몰려 있어 인건비가 증가하면 상쇄할 여지가 별로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여 매출이나 이익을 늘린다는 것은 이들에게 공허한 얘기다. 결국 스스로 사업을 접거나 직원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파급 효과는, 고용원이 있는 영세 자영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할 공산이 큰 것이다.

한겨레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인건비 부담 증가의 일정 부분인 9%(과거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7.4% 초과분)를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밝혔지만 그 효과에 의문점이 남는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원 한명당 한달에 10만원 가량을 지원받으려고 여러가지 절차적 번거로움을 감수할까?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임금 보전은 지속성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임금 보전 대책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정부는 임금 보전 외에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소상공인진흥기금을 비롯한 정책자금 지원 규모 확대와 세제 지원 연장, 각종 공적부담금 면제 시한 연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정밀한 실태와 수요 파악 없이 백화점식으로 지원책을 남발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칫 자영업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더 나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고용구조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보면 자영업 비중은 완만하게 줄어드는 대신 임금근로자 비중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인데 정부의 이번 지원 대책으로 자영업 진출 유인이 커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 지급능력이 없는 한계 자영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다른 고용정책이라든지 사회안전망 강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와 산업 구조에 비춰 우리나라 자영업의 고용 비중은 과도한 수준이다. 자영업자에다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한 고용 비중은 2015년 기준 2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4.1%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이다. 구조조정과 정년 등으로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실패 위험도 높다. 통계청의 ‘기업생명 행정통계’를 보면, 자영업의 3년 뒤 평균 생존율은 30% 수준이다.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가운데 7명이 3년 안에 망한다는 얘기다.

이미 포화 상태를 이룬 시장에서 과당 경쟁으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는 한편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등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자영업 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 조기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84만인데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가 110만이다. 자영업 과포화 문제가 더 심화한 셈이다. 이런 기형적 고용구조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 자영업자’ 간 갈등을 부추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자영업 과포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소한의 임금은 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벌기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맡기는 꼴이 된다.

김준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예비창업자들의 자영업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일자리 문제를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해결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대신 기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단기 지원책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방안도 마련해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