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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터키 쿠데타 이후 1년, '두뇌 유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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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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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예진 기자 = 터키의 쿠데타 실패가 1년이 지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강권 통치에 해외 이주 등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메리케 페킨과(35·가명)과 엔지니어인 그의 남편(31)은 지난해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이달 초 벨기에로 이민을 떠났다. 물가 등을 고려했을때 생활 수준은 터키에서 살 때보다 내려갈 수도 있으나 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권 통치로 인해 이민을 결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2일 전했다.

메리케는 사랑하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법의 지배가 결여된 독제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리케는 출산 전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인재로, 터키 최고 수준의 대학을 졸업했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유명 대학을 졸업해 정보기술(IT) 관련 엔지니어다. 메리케의 남편은 “많은 친구들이 애플 등 IT 대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면서 “(터키) 엘리트 층은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터키군의 쿠데타 실패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의 통과로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달 14일에는 쿠데타 시도 실패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해 경찰과 군인, 정부부처 관계자 등 공직자 7563명을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해임시키기도 했다.

터키 의회는 이러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국가비상사태’를 이달 17일 3개월 연장하기로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해 쿠데타 이후 내려진 국가비상사태는 4번 연장됐다.

터키 명문 국립 보아지치대학의 동창회 잡지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생의 79%가 해외 이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아이를 해외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에 대해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권 통치 뿐만 아니라 공교육의 이슬람화에 대한 반발도 해외 이주에 대한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해외 이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른바 ‘술탄(이슬람 최고지도자) 대통령’이라 불리우며 친이슬람 세력의 지지로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그는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설을 강행하는 등 친이슬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터키 정부가 내린 국가비상사태에 근거해 5000여명의 교수가 해임됐다. 여기에는 쿠르드족의 평화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학자가 다수 포함됐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 주모자로 지목한 미국 거주의 이슬람학자 페토라흐 규렌과 깊은 관계를 가진 15개 대학도 폐쇄했다.

해임된 교수들이 자국 대학에 일자리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박해를 받는 학자들을 지원하는 미국 단체 ‘스콜라스 앳 리스크’에 따르면 터키 쿠데타 이후 올해 5월까지 터키에서 지원 요청이 520건에 달했다. 이는 2000년~2015년 23건에서 급증한 것이다.

이 단체의 다니엘 뮤니엘은 “터키의 고등 교육에 대한 공격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많은 학자들이 출국을 금지당하고 다른 대학에서 일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런던 리젠트대학교의 터키인 교수 이브라힘 실 교수는 현재 터키의 두뇌 유출은 나치 점령 아래의 독일에서 일어난 과학자 두뇌유출에 필적하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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