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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사청문에 막히고 秋발언에 잡히고…추경 우여곡절 4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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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출 33일 만에 민주당 단독으로 예결위 상정

인사청문 정국에 공회전 반복…'한국당 집단퇴장' 진통 끝에 통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추가경정 예산안이 토요일인 22일 국회 본회의를 어렵사리 통과했다.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45일 만이다.

추경안 통과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추경안 논의는 인사청문 정국과 맞물리면서 야당의 비협조 속에 33일만에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그것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안건을 상정해야 했다.

추경안은 지난 21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처리 '합류'로 무사통과가 예상됐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로 1시간 넘게 지체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강경화·김상곤에 송영무까지…인사 난맥상에 공회전 반복

정부는 지난달 7일 11조 2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7만1천개, 민간 일자리 3만9천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였다.

그러나 추경안은 상정조차 쉽지 않았다.

야3당은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재정법은 전쟁·대규모 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추경을 편성토록 한 만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사상 첫 추경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야당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사청문 정국이 발목을 잡았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추경 논의를 포함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추경안과 인사청문 정국을 연계시켰다.

추경안 논의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야당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물론 송영무 국방부 장관까지 임명을 강행하면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추경안 논의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공회전만 반복했다.

◇추미애 '머리자르기' 발언…예결위, 34일만에 추경안 상정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은 추경 논의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했다.

추 대표가 지난 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준용 씨에 대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말하자 국민의당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즉각 청문회는 물론 추경안 논의에도 손을 떼겠다고 나섰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과 대여(對與)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여기에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문제도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야 3당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상대로 이들 2명의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 정국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10일 야3당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단독으로 상정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33일만이었다.

◇ 靑 사과에 겨우 논의 본궤도…표결 1시간 만에 힘겨운 통과

국회 차원에서 여야 합의처리의 물꼬가 터지지 않자 청와대가 나섰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 추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국회 정상화가 급물살을 탔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당시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혀왔다. 그 뜻을 존중한다"며 추경안 심사로 전격 회군했다.

여기에 야3당이 동시에 반대한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가운데 조 후보자가 전격 자진사퇴를 하면서 보수야당이 추경안 심사에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14일 국회 복귀를 선언했고, 이날 오후부터 여야 의원 모두 참여한 가운데 예결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지만 이번에는 추경안 내용이 문제였다.

야당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했다가는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재정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 80억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경찰이나 소방관 등 국민 안전과 복지에 필수적인 인력만 충원하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는 사이 추경 디데이(D-Day)로 잡은 18일을 훌쩍 넘겼고 8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꺼진 불씨가 되살아난 건 정부·여당이 추경안에 부대조건을 달아 공무원 채용 비용을 추경이 아닌 정부의 목적예비비에서 충당키로 하면서다.

이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타협적 자세로 돌아선 뒤 민주당과 합의안을 도출했고, 든든한 지원군을 업은 여당은 강공에 나섰다. 지난 21일 예결위 전체회의 통과는 물론 본회의 표결까지 '원스톱'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코너에 몰린 한국당이 '야밤 날치기'라고 맞서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재 끝에 주말 아침인 이날 오전 본회의가 개최됐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표결이 시작된 직후 집단퇴장해 정족수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여당 지도부는 1시간 넘게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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