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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플러스] 장하성 정책실장이 청와대 ‘분위기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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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석이 정책실장 발언 신청도 자를 정도로 청와대가 자율적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던진 농담이다. 4차 산업혁명 전략 등을 논의한 1세션에서 발언 신청자가 몰리면서 사회를 맡은 홍장표 경제수석이 후반부 발언자들은 1분 내로 발언해 달라고 요청하자 장 실장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장 실장의 농담에 좌중에 폭소가 터져나왔다는 것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경제수석이 1세션 마무리 전 발언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다른 참석자들에게 발언 기회를 양보할 정도로 토론 분위기가 활발했다고 한다. 장 실장의 특유의 농담이 긴장된 회의장의 분위기를 푸는 ‘아이스브레이킹’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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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를 하기에 앞서 먼저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은 장하성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장 실장의 농담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 정상회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 인사 청문 정국과 일자리 추경안 처리 등을 두고 엄중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점검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 실장의 ‘아이스브레이킹’이 회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고 더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늦으면서 자리가 비어있자 문 대통령에게 “비서실장이 공석입니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끌어낸 것도 장 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이 자리에 도착해 대통령 옆에 앉자 웃으며 “이 자리에 넘보는 분들이 많아서요”라고 농담을 해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이후 곧바로 회의가 시작됐고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방산비리를 질타하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했다.

장 실장의 아이스브레이킹은 앞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무거운 분위기도 풀어냈다는 후문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안 전 후보자의 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과 국회와 조율 업무를 맡는 전병헌 정무수석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자, 장 실장이 회의를 앞두고 두 수석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싸웠다더니 괜찮네”라고 농담해 웃음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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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중인 모습이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됐다.사진=연합뉴스


한·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국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이 팽팽하게 맞붙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낸 것도 장 실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문제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차례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회의가 전개될 때다. 장 실장은 “미국 측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장 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 스쿨을 나왔다. 두 사람이 와튼 스쿨 동문인 셈이다.

장 실장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었지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하고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 중국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 책이 번역돼 미국에서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더 커진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회담장 안에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장 실장의 농담으로 회의 분위기가 우리 측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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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비서실장(왼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에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팔짱을 끼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회의 분위기를 바꿔내는 농담뿐 아니라 참모진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청와대 ‘분위기 메이커’”라며 “학자 출신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정무적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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