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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말 막막합니다”…'물폭탄' 청주 기초수급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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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침수로 살림살이 모두 잃고 컵라면으로 끼니

청주 기초수급자 17세대 이재민 신세…도움 절실

뉴스1

지난 16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기초생활수급자 김옥순씨(56·여·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집 마당에 침수 물품들이 꺼내져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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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ㆍ세종=뉴스1) 남궁형진 기자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21일 찾아간 김옥순씨(56·여·청주시 서원구 모충동)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기초 생활 수급자로 20대인 작은딸, 아들과 사는 김씨는 지난 일요일 새벽부터 내리는 강한 비를 보며 놀랐지만 이 비가 가족들의 모든 것을 앗아갈 줄은 몰랐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빗줄기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고 오전 8시가 넘자 마당에 빗물과 역류한 하수구 물이 차더니 곧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웃에 사는 주민 몇몇이 물이 들어오는 골목길을 막고 온 가족이 급한 대로 문턱을 이불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자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 다른 물건들을 챙길 새도 없이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독립해 따로 살던 큰딸이 걱정된 마음에 집으로 달려왔지만 가족들이 무사한 것에 감사해야 했다.

비는 낮 12시쯤 거짓말처럼 그쳤지만 집으로 돌아온 김씨의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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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기초생활수급자 김옥순씨(56·여·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집 한쪽에 미처 치우지 못한 물에 젖은 물품들이 쌓여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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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까지 물이 차면서 장판은 물론 벽까지 흠뻑 젖었고 가전제품과 장롱, 식기, 옷가지 등 살림살이들이 모두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 달에 100여만원 가량 되는 수급비와 자식들이 버는 약간의 돈으로 세 식구가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비는 단 몇 시간만에 이들의 삶을 흔들었다.

비가 그친 뒤 수해 소식을 들은 교회 신도들의 도움으로 집안에 고인 물은 퍼냈지만 김씨 가족의 고통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낮에는 온 가족이 짐 정리에 매달리고 밤이 되면 교회에서 잠을 청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빗물과 하수구 물에 젖은 옷들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어 버리고 빨래도 불가능해지면서 폭염 속 땀 범벅이 됐지만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고 몸을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집에서 정리를 하다 밥먹을 시간이 되면 이재민에게 지급된 즉석밥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젖은 장롱과 장판, 벽지를 치우고 지난 20일부터 인근 서원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됐지만 희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집을 수리하고 당장 생활할 물품 등을 구입해야 하지만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턱 없이 모자르고 이마저도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다.

물기를 말리고 있지만 집 안 곳곳에서 하수구 냄새와 비린내가 나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도 걱정이다.

김씨는 간경화 3기로 면역력이 보통사람보다 낮아 약을 먹고 있어 악화된 환경에 건강을 해치진 않을지 가족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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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충북 청주 내린 300㎜에 가까운 폭우로 일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침수피해를 당해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 16일 폭우로 김옥순씨 집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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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큰 딸은 “냄새가 나서 집을 고쳐도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엄마의 면역력도 좋지 않은데 건강을 잃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차오르는 물을 피했다가 돌아온 뒤 집안 모습을 보니 암담했다”며 “대부분의 물건을 다시 사야하는데 방법이 없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김씨 가족을 비롯한 수해를 입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이재민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한정됐고 기초생활수급자라고 추가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크지 않아 이들에 대한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청주에는 지난 16일 300㎜에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1일 오후 3시 기준 침수 피해를 당한 주택과 상가는 모두 2664세대이고 77세대 14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 중 김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17세대 35명이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청주시 복지정책과 기초생활보장팀(043-201-1821)이나 각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 복지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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