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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기자와 만납시다] 영수증 던지기는 양반 "돌로 찧는다" 글까지…공항 주차장 비매너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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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일가족 얼굴에서 떠나는 설렘이 묻어났다. 의자에 앉아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무리에서는 곧 마주할 여행지에서의 계획에 들뜬 듯 연신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지만 문을 벗어나 조금만 이동해 마주한 주차장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행객들의 비매너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수기 일일 출차량이 1만2000대, 성수기에 1만8000대까지 치솟는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에서 일부 이용객의 갑(甲)질이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단기, 장기 그리고 임시 주차장 등 총 2만5000대 수용 규모로 꾸려진 주차장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이용객의 갑질은 ‘요금 시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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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단기 주차장 정산소에서 직원이 이용료를 받고 있다.


일일 이용료가 2만4000원인 단기 주차장과 달리 장기 주차장은 하루 이용료가 9000원으로 무척 저렴한 편이다. 요금 시비란 단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장기 주차장인줄 알았다”며 제대로 된 이용료를 내지 않으려 이용객이 직원들에게 싸움을 건다는 뜻이다.

정산소 직원들이 여성인 점을 악용해 몇몇 이용객들은 폭언을 퍼붓고 영수증까지 얼굴에 집어 던졌다. ‘여성’이기 때문에 하대하고는 온갖 갑질을 하다 관리직원들이 호출받고 나오면 그제야 언성을 차분히 가라앉힌다고 이날 만난 인천공항 관계자는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는 “사장 데리고 나오라”고 직원들에게 소리치는가 하면, 국민신문고에까지 불만 글을 올려 “XXX 직원의 머리를 돌로 찧어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남긴 사례도 있었다.

주차장 진입 시 단기, 장기로 나누어 충분히 안내를 하고 잘못 들어올 경우 ‘10분’의 유예시간을 줘서 요금을 물리지 않는데도 직원들을 상대로 진상을 부리는 이용객이 끊이지 않았다.

주차장 들어온 순간부터 요금을 물려야 하지만, 착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유예시간을 주는데도 호의를 권리로 생각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주차장 이용객은 며칠이 지난 후 공항에 전화를 걸어 “공항 주차장에서 내 차가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차를 찾으러 왔을 때는 없던 사고 흔적이 집에 가니 발견됐다는 것인데, 이런 말을 들으면 직원들은 오롯이 책임을 자기들에게 떠넘긴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성수기를 맞아 마련한 임시 주차장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도 갑질은 계속된다.

만차로 인해 기존 주차장을 막고 임시 주차장으로 유도하는 직원에게 “여기에 세워야 하니 문 열라”고 우긴다. 임시 주차장으로 안내하면서 거리가 먼 탓에 ‘무료’라고 안내하는데도 불구하고, “들어가면 자리 있으니 빨리 문 열라”고 화를 낸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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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는 여객기. 당신은 주차장 비매너 이용객이 아니겠지요?


모든 주차장 이용객이 갑질하는 건 아니었다. 안내하는 직원들에게 “고생하신다”며 말 한마디 건네는 이도 있고, 더러는 차에 놓인 음료수를 주면서 응원하는 이용객도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에는 이용객들의 갑질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공항이 정한 여름 성수기(7월15일~8월20일)로 접어들면서 직원들은 다소 긴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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