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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hy] 중국 와인들, 각종 세계 대회 賞 휩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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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와인이 뜨는 이유

중국 내 와인 메이커 300개, 내수 바탕으로 크게 성장

재배면적도 스페인 이어 2위… 전세계 30여개국에 수출도

샤오미처럼 성장 가능성

아직 숙성·맛은 떨어지지만 양조 기술은 얼추 비슷한 편

머잖아 美나파밸리 와인같이 세계인 입맛 사로잡을 수도

이달 초 세계 최대 와인 대회 '디캔터 월드와이드 2017'의 결과가 발표되자 전 세계 소믈리에들과 와인 업계가 들썩였다. 중국 지린성에서 만들어진 '비달(Vidal) 아이스와인 2014'가 아이스와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1만7200개 와인을 와인 마스터 65명과 마스터 소믈리에 20명을 포함한 290여 전문가가 눈을 가리고 맛본 뒤 평가한 결과였다. '비달 아이스와인 2014'뿐 아니라 여러 중국 와인이 대회에서 금상과 은상을 거머쥐었다. 소믈리에들이 각 와인을 시음하고 점수를 기록하는 영국 웹사이트 '디캔터'에서도 중국 와인은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프랑스산 2008년 보르도 와인이 95점이라면 만들어진 시점이 비슷한 중국산 레드와인이 94점을 받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곤 한다.

중국 와인이 뜨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고 중국 내 와인 메이커도 300개를 넘어섰다. 와인용 포도 재배 면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제와인협회(IOVW·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의 와인 포도 재배지 면적은 7990㎢로 프랑스(7920㎢)를 넘어 스페인(1만200㎢)에 이은 세계 2위였다. 작년 전 세계 와인 포도 재배지 넓이는 7만5000㎢ 수준. 매년 3%가량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유일하게 재배지가 확장되고 있는 중국은 지난 2015년보다 1170㎢ 커지면서 세계 포도밭 규모를 유지시키고 있다. 생산량도 세계 6위다.

조선일보

이달 초 열린 와인 대회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소믈리에들이 평가하는 모습. 중국에서 기른 포도로 중국에서 만든 와인이 최근 높은 순위에 오르고 있다. / 디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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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시장도 거대하다. 비넥스포(Vinexpo)에 따르면 작년 중국 내에서 소비된 와인은 지난 2013년에 비해 136% 증가해 18억6273만ℓ가 판매되면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레드와인 소비국에 올랐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건배주가 중국 장위에서 만든 '장위 카스텔 1992년'일 만큼 중국 정부에서 와인 산업을 적극 장려하면서 내수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 이야기다.

다른 중국산 제품처럼 가격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중국 내수 와인 가격이 1만원부터 시작이고 중상위 품질 와인이 20만원 안팎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는 내수가의 두 배 정도라고 한다. 네이버 와인 카페 운영자 정휘웅씨는 "고비 사막에 물을 끌어다 포도를 재배하기 때문에 칠레 등 신대륙보다 재배 환경이 훨씬 뛰어나다는 게 업계 이야기"라면서도 "우리나라에도 수입은 되고 있지만 품질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 흔히 맛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맛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은 "중국 산둥반도 옌타이 지방이 프랑스 보르도처럼 연간 800㎜ 정도로 비가 적게 오지만 옌타이 지방은 여름에, 보르도는 겨울에 비가 몰아서 내리기 때문에 풍토가 같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중국 서쪽 지방이 포도를 기르기에 최적의 기후"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품질이 썩 괜찮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김치 담그는 방법이 같더라도 결과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유명한 프랑스 와인 마스터들을 데려다가 와인을 만든 중국 양조 기술은 얼추 비슷해도 와인 자체는 아직 긴 숙성이 필요한 맛"이라고 말했다. 소믈리에 신모(32)씨는 "세계시장에서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중국 와인도 곧 품질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샤오미가 처음에는 우리나라나 미국 기술을 따라 하다가 곧 독보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명성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와인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와인리뷰 최민아 이사는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당시 무시당하던 미국 나파밸리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우승한 뒤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언젠가 중국 와인에도 비슷한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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