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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年3조8000억 '표적 증세'… 10大기업이 법인세 증가분 90%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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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의 법인세·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방침은 당·정·청 등 정권 핵심만 참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불과 이틀 동안에 결정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총대를 메고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고,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제안을 수용하는 식으로 결정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당·청의 주문대로 연내 세율 인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금까지 "올해는 법인세·소득세 최고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공언도 없던 일이 됐다.

시험대 오른 김동연 부총리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 직전까지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연내 세율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은 재원 조달의 필요성, 실효 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재정전략회의 첫날인 20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너무 시급하게 추진하기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내년에는 제대로 된 조세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증세 드라이브에 제일 곤혹스러워진 인물은 김동연 부총리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적어도 올해는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주장을 수용하면 경제 사령탑으로서 부총리 체면이 손상된다"며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3조8000억원

추미애 대표의 제안대로 초(超)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실행할 경우 세수 증가 효과가 연간 3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기획재정부가 21일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연간 순익 2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경우 대상 기업은 116곳이고 세수 증가는 2조7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연소득 5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는 4만명이며 최고 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면 1조800억원이 더 걷힐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47.3%)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법인세의 90%가량을 순익 상위 10대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표적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21일 거래소의 '2016년 12월 결산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오를 경우 상위 10대 기업이 추가로 내야 할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최소 2조42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세율을 3%포인트(22%→25%)만 올려도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3.6%나 늘어나게 된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한국전력·현대자동차 등 순익 상위 10개 기업은 지난해 17조74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25%로 계산했더니 10대 기업의 전체 세 부담이 20조1600억원으로 2조4200억원(13.6%)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10대 기업의 추가 법인세 부담액은 기재부 세수 증가분(2조7000억원)의 89%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추가 부담액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2조7300억원 순익을 기록했고, 법인세로 7조9900억원을 냈다. 만약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다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야 할 법인세는 9조800억원으로 1조900억원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이 40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년도에 비해 이익이 2배 수준으로 늘어난 삼성전자가 세율까지 3%포인트 오른 세율이 적용되면, 달라진 세제 하에서 추가로 내야 할 세금만 1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소득세율 인상보다 법인세율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인 법인세 감세 경쟁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1985년 43.4%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5년에는 23.3%로 하락했다.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조세 저항이 큰 면세자 축소나 종교인 과세 등에는 소극적인 반면, 드러내놓고 반발하기 어려운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너무 손쉽게 증세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나지홍 기자(jhra@chosun.com);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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