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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Mr.모름’ 이효성, 'Mrs.사과' 강경화…청문회 말말말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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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61일간 후보자 발언 분석

사과ㆍ회피ㆍ버티기 등으로 대응

"과거 청문회가 반면교사였다"

두 달 전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1기 조각(組閣) 열차가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로 시작된 청문회 정국은 61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오는 24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를 마치면 조대엽 후보자의 자진 사퇴(13일)로 공석이 된 고용노동부 장관, 20일 통과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청문회 일정이 끝났다. 25회에 걸쳐 열린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답변 유형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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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청문회에서 "죄송, 사과, 사죄"라는 말을 44번 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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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과=사과는 사태를 키우지 않는 수단이다.그래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진화형 사과'는 가장 보편적인 후보자들의 청문전략이었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열렸던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 “굉장히 죄송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11시까지 이어진 청문회에서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사죄한다”는 표현을 44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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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형수였던 버스기사 배용주 씨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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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뒤인 8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제 판결의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과했다. “5ㆍ18 민주화항쟁 당시 내렸던 (사형)판결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라”(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자신이 사형 판결을 내린 버스 운전사인 배 모씨를 만나 고개를 숙이며 37년만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과표현이 가장 화끈했던 사람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였다. 그는 “송구스럽다. 이번 청문회를 거치며 저도 불벼락을 맞을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재직특혜, 배우자 건축법 위반 문제를 두고 “박 후보자 본인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인다”(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적에 따른 발언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종의 청문회 학습효과”라며 “2000년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해가 거듭될수록 후보자들은 과거대응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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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인사청문회에서 증인신문을 지켜보던 중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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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유체이탈=반면 남 얘기하듯 하는 '유체이탈' 화법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청문회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로펌에 근무하던 시절 월 3000만원의 자문료와 차량을 지원받은 것에 대해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 지원은)상황을 판단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해군 중령 시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뒤 면허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선 “26년 전 젊은 시절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음주측정 이후의 결과는 몰랐고, 제가 (행정조치)위탁을 하거나 하는 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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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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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답변' 논란도 벌어졌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렸다. 부인 명의로 2000년 2억9000만원에 구입한 아파트의 시가가 현재 15억원으로 뛰어서다. 5배의 시세 차익을 얻어 사실상 투기나 다름없다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그는 “투기가 아니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을 내놨다. 송영무 장관도 청문회 5일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액자문료 관련)그 세계에는, 그런 세계가 있다.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송 장관은 상당기간 야권의 사퇴압박에 시달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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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마 주변을 만지고 있다.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투기가 아니다"라고 일관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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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버티기=이효성 후보자는 지난 19일 14번에 걸쳐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포동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쏟아지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버티기로 일관한 것이다. “후보자가 아파트에 살았다고 하는데 수도료와 전기료가 0원이 나왔다”(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적에는 “(집이)불편해서 살지 못했고 대신 부인이 낮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 돌아왔다”고 응수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실수를 가지고 표절이라 하는 건 지나친 주장”이라고 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0일 청문회 당시 석사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 받자 “부정행위라면 그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사퇴도 포함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사퇴까지 포함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앞선 관련 질의에서 “(표절 관련)지적은 수용하나 부끄러움이나 양심상 가책은 없다. 학자의 양심을 걸고 표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경우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질의가 이어지자 “제가 음주운전 한 것이 아니다”라며 동료가 술을 마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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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2일 청문회에 출석해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질책도 많았지만 저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해명과 동시에 억울함을 피력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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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난 억울해=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억울해하는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달 2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고교 영어강사로 일했던 부인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부인이)처음 2013년 취업을 할 때는 경쟁자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017년 두 번째 취업 때는 학교 측에서 다시 지원 할 것을 요청해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배우자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로 주민등록을 옮겼다는 지적에 “아내가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며 (농지를) 일궜다”고 지난 4일 해명했다. 그는 “(배우자가)힘든 시기가 있어서 퇴직금으로 양평에 땅을 샀고 통나무로 집을 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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