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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friday] 보일 듯 말 듯 '모노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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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옆구리·등에 과감한 절개… 원피스 수영복의 변신

"난 래시가드를 증오해. 그거 만든 사람 감방에 보내야 해."

지난해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하석진이 이런 말을 했다. 한여름 탁 트인 해변에서 여성들이 팔과 등, 가슴, 배, 목까지 래시가드로 꽁꽁 싸매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2~3년 전부터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같은 해양 스포츠가 크게 유행하면서, 서퍼들이 몸을 보호하려고 수영복 위에 덧입던 얇은 긴팔 티셔츠 형태의 래시가드가 열풍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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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석진이 '증오'했던 알록달록 래시가드 유행도 이젠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매혹적인 스타일로 수영복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 배울 때나 입는 것으로 여겨지던 원피스 수영복이 화려하게 변신해 올여름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가슴, 옆구리, 등에 과감한 절개선을 넣은 '모노키니(monokini)'다.

원래 모노키니는 1964년 미국 패션 디자이너 루디 건릭이 만든 파격적인 수영복 이름이었다. 자유와 여성 해방의 바람이 뜨겁게 불던 시절, 건릭은 비키니 하의에 멜빵 같은 끈을 달아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는 수영복을 선보였다. 팔거나 입는 행위가 범죄로 여겨질 만큼 모노키니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건릭은 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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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요즘 수영복은 물 밖에서도 입을 일이 많다. 프릴 장식 달린 앤아더스토리즈 수영복은 5만원대. ②타미힐피거 원피스 수영복 위에 청재킷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델 지지 하디드. / 앤아더스토리즈·타미힐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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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모노키니는 여성들이 실제 입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갔다. 상·하의 구분 없는 한 벌의 수영복이지만 일부분을 크게 도려내 노출하는 스타일로 정착했다. 올여름엔 수영복 전문 브랜드, 국내외 패션 브랜드, SPA 브랜드, 속옷 브랜드 할 것 없이 모노키니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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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수영복 중에는 원피스·비키니 모두 어깨끈 없는 스타일이 많다. /타미힐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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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키니 열풍은 작년부터 거리를 휩쓴 오프숄더(어깨를 드러내는 상의)와 슬릿(치마 아랫단을 길게 찢은 형태) 유행과도 맞닿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노골적인 노출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보일 듯 말 듯 은근한 노출이 더 선호되는 것이다. 올여름 수영복 중에는 원피스·비키니 모두 어깨끈 없는 스타일이 많다. 모노키니도 슬릿처럼 절개선을 활용해 가슴 사이를 배까지 내려올 정도로 깊이 파거나 양쪽 골반을 훤히 드러낸다. 비키니보다 더 관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제 수영복은 꼭 수영할 때만 입는 옷이 아니다. 일광욕할 때, 뮤직 페스티벌 현장 등 물 밖에서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셜 미디어에 멋진 사진을 올리려면 수영복도 기능성보다는 사진발이 중요하다. 올여름엔 아예 면이나 니트로 된 수영복도 많이 나왔다. 야구점퍼나 청재킷, 로브, 니트 카디건, 긴 치마, 통 넓은 바지, 백팩, 운동화 같은 일상복과 함께 수영복을 코디하기도 한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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