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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막장'도 살려내는 김희선의 우아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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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품위있는 그녀' 연기 호평 속 '재발견' 표현엔 서운해

한국일보

20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의 김희선이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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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가정폭력, 맞바람.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는 '막장' 요소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 상승과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 호평이 이어지면서 나름대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배우 김희선(40)이 있다. 재벌가 둘째 며느리 우아진으로 등장한 김희선은 그야말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타 들어가는 속내를 꽤나 흡입력 있게 전달한다. '강남 사모님'으로 딸의 사교육에 정성을 쏟으며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게 수행하거나 젊은 여자와 바람 난 남편, 시아버지와 결혼해 재산을 탐하려는 간병인 등으로 골치가 아픈 상황을 .현실감 있게 연기한다.

김희선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상류층의 위선을 꼬집었던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 ‘밀회’ 속 김희애가 떠오른다. 김희애는 불륜 등 온갖 막장 요소를 갖춘 드라마를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조율하며 연기력을 발산했다. 김희선 역시 당시의 김희애처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대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지난 15일 방송(10회)에서 7%로 올라선 것만 봐도 그렇다.

김희선은 20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품위있는 그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많은 시청자 분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다"며 기뻐하면서도 "제 성격 같았으면 (남편과 내연녀) 둘 다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 우아진은 겉으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김희선은 이러한 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화가 나면 겉으로 모두 쏟아내 100% 다 표현하는 성격"이란다. 하지만 우아진은 남편과 내연녀가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에 실신하곤 깨어나 고작 한다는 말이 "넌 영원히 아웃이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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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JTBC 금토극 ‘품위있는 그녀’에서 재벌가 며느리이자 아내, 엄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여자 우아진을 연기한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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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진 같은 사람이 존재할까 싶어요. 완벽한 여자에 가깝잖아요. 저 같으면 '넌 영원히 아웃이야'가 아니라 '넌 죽었어'라고 단순하게 말했을 거예요. 하지만 우아진은 대기업의 며느리이자 엄마, 아내 역할까지 고려해서 말을 하고 행동하죠. 나중 일을 생각하는 겁니다. 저와는 너무 달라요. 우아진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여자로 보여요."

발랄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많은 드라마에 등장했던 김희선을 떠올린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결혼 이후 복귀한 SBS 드라마 '신의', KBS드라마 '참 좋은 시절', MBC 드라마 '앵그리맘'에서도 '센 언니'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터였다. 그는 "성격과 많이 닮아 있는 캐릭터가 연기할 때 더 유리하더라. 성격과 너무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건 힘들다"고 했다. 이어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우아진의 성숙한 내면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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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100% 표현하는 성격”이라며 “감정을 억누르는 우아진을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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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김윤철 PD도 "막장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진실된 연기는 말도 안 되는 일도 있을 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배우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희선은 연기력을 호평하는 수식어인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표현에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22년 째 '재발견'되고 있다"는 것.

"제2의 전성기가 8번은 왔어요. 1년마다 '재발견'이라고 표현한 기사를 봤어요. 그런 것을 것 때마다 신인 같은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늘 '재발견' 되어서요. 처음에는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제가 정말 심하게 성의 없이 했던 작품이 없고, 매 장면이나 매 회 열심히 임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해왔는데 왜 늘 그렇게 '재발견'이라고 하시는지...... 그래도 지금은 좋은 말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늘 새롭게 보인다는 거잖아요. 혹시 다음 작품 할 때 또 '재발견' 나오는 건 아니겠죠? 호호"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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