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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생생경제] 국정과제로 지원 '장발장은행' 폐업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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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오창익 장발장은행 운영위원, 인권연대 사무국장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두 번째 생생인터뷰는 영화 얘기로 이야기를 열겠습니다. 레미제라블, 우리 국민 590만 명이 봤는데요. 지난번 촛불집회에서도 이 영화 속 노래와 춤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공감을 잘 하는 이유는 현실 속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겠죠. 빵 한 조각에 19년 감옥을 살았던 장발장, 우리 사회에도 실제 장발장이 적지 않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가 벌금형,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건데요. 숫자도 4만 명을 넘습니다. 2년 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권연대가 주축이 된 장발장은행이 문을 열었습니다. 사회 각계의 관심을 받고 있고요. 실낱같은 희망을 벼랑 끝에 선 분들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기부로 운영되다보니 한계가 있긴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5개년 계획에서 지원과 확대를 얘기했습니다. 장발장은행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죠,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오창익 장발장은행 운영위원 인권연대 사무국장(이하 오창익)>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장발장은행. 우연히 알고 도움을 받았다는 사연도 소개되던데요. 어떤 은행입니까?

◆ 오창익> 벌금도 형사처벌이기에 벌금을 못 내거나 안 내면 교도소에 갑니다. 하루에 5만 원 혹은 10만 원 치면서 노역을 강제로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벌금형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는 게 교도소에 보내는 게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죗값을 치르되 돈을 빼앗는 것으로 죄값을 치루는 게 벌금형인데, 그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거죠. 가벼운 범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도소에 가게 된다면, 이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교도소에 가서 당하게 되는 고통은 죄질이 무거워서 또는 죄질이 나빠서, 위험에서 당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고통이고요. 그런 고통을 겪는 분들도 오로지 돈이 없어서 겪는 고통이기에 좀 더 비참합니다. 그런 분들을 돕기 위해 저희가 은행을 만든 거고요. 장발장은행은 벌금 미납을 이유로 교도소에 갈 위기에 닥친 시민들에게 돈을 빌려드리는 은행입니다.

◇ 김우성> 이용하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한데요. 돈도 필요할 텐데 많이 갖고 있는 건가요?

◆ 오창익> 저희요? 저희는 흔히 얘기하는 진짜 은행은 아니고요. 저희는 사실 돈 한푼 없이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 4,600명 정도 되는 시민들이 7억4천여만 원을 모금해주셨어요. 1~2만 원씩 모금해주신 돈이 큰돈이 되었고요. 그것을 통해서 9억3천여만 원을 대출해드렸습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돈이 7억4천인데 9억3천을 대출해드린 건 상환을 한 분들이 생기니까요. 갚은 분들이 2억1천만 원 정도 갚으셨고요. 그 돈을 합쳐 대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정말 돈이 늘어나는 마법도 있었고요. 벌금형이 사실 앞서 말씀하신 돈을 빼앗아 형벌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가끔 노역하는데 하루 일당 몇백만 원, 몇천만 원 재벌 총수들 보도가 되는데요. 약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제도라고 봐야 할까요?

◆ 오창익> 제도 몇 가지가 미비점이 있는데요. 벌금은 선고받은 다음 한 달 내에 현찰로 완납해야 합니다. 그게 힘듭니다. 2~300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다 경제활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상에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데 힘들잖아요. 이를테면 벌금은 카드로도 못 내거든요. 현찰로만 내야 합니다. 정부가 제도를 바꿔주면 교도소에 가는 사람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있고요. 벌금을 못 내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1년에 5만 명쯤 됩니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

◇ 김우성> 교도소에 가시는 분들이 5만 명이라고요?

◆ 오창익> 네, 엄청나게 많은 숫자이거든요. 그분들이 실제로 교도소에 가서 강제 노역도 안 합니다. 일감이 없기 때문에. 그냥 갇혀있는 건데요. 국가적 낭비이고요.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이나 그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고요. 특히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라도 절대 감옥에 가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부모 가정의 엄마나 아빠들은 감옥에 가면 안 됩니다.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으니까 엄마가 교도소에 갔다고 해서 국가가 그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건 아니잖아요. 돌봐줄 수도 없고요. 그래서 단지 돈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분들을 줄여보자고 해서 몇 년 동안 벌금제 개혁 캠페인을 했습니다. 잘 안 됐고요. 정부나 의회가 관심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당장 구체적인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 장발장은행을 만들었고요.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줄 끊는 일이며 죄 없는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시급함입니다. 일단 이용하시고 싶은 분들이 관심 가질만한 얘기가 담보,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은행은 아니지만 담보, 신용, 이자가 없는 3무(無) 은행이다, 굉장히 반가운 소식 같아요.

◆ 오창익> 저희가 큰 도움을 드리는 건 아닌데,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이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이자, 원금만 나눠서 갚으면 됩니다. 300만 원을 빌려드리면 1년 동안 한 달에 25만 원씩 열두 달에 걸쳐 나눠 갚으시면 되고요. 담보도 없습니다. 사람의 필요에 따라 대출해드리고요. 보통 은행은 대출할 때 돈 빌리는 사람의 신용이나 이런 것을 보지 않습니까. 상환 능력을 보는데요. 저희는 갚을 능력보다 그분이 얼마나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가를 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한 부모 가정의 엄마나 아빠면 무조건 대출해드리고요. 특히 저희가 생각할 때 감옥 가면 안 되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스무 살 남짓 젊은이들이 돈 1~200만 원 때문에 감옥 가게 되면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 대해 앙심을 품기 쉽습니다. 정말 자괴감, 모멸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런 경우 대출이 필요한 까닭을 보고 대출해드립니다. 일반 은행과는 조금 다르죠.

◇ 김우성> 이름이 ‘43199 위원회’에서 심사를 통해 대출을 해주더라고요. 43199 위원회가 뭔가요?

◆ 오창익> 2012년 한 해 동안 벌금 못 내서 교도소 갔던 사람들이 4만3천 명인데요. 유감스럽게도 지금 더 늘었습니다. 지금은 4만8천 명, 5만 명 가까이 됩니다.

◇ 김우성> 위원회 숫자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지금 정부가 국정기획과제, 국정계획 얘기하면서 장발장은행도 확대 지원하겠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는데요. 어떤 내용이며 반길 만한 이야기인가요?

◆ 오창익> 저희는 도와주신다고 하니까 감사하긴 한데요. 장발장은행이 지금까지 오면서 한 번도 정부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다. 요청한 적도 없고요.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운영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도와주시는 얘기가 나오면 그때 가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저희는 저희 장발장은행도 중요하지만 저희와 비슷한 은행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중 은행들은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무 문턱이 높지 않습니까.

◇ 김우성> 지금 규제로 사실 더 높아졌습니다.

◆ 오창익>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당장 급한 돈, 정말 돈 몇 백만 원 때문에 숨넘어가는 고통을 느끼는 분들이 주변에 참 많거든요. 지금 당장 그 위기만 모면하면 살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을 돕기 위한. 방글라데시에도 유누스가 그런 것을 했었고, 곳곳에 그런 은행들이 있는데 그러한 은행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고요. 저희는 주목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공약을 법무부 관련 공약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관련 공약으로 제시하셨더라고요, 국정이행과제로. 그래서 우리 금융도 정부의 지도 감독을 받는 만큼 좀 더 따뜻한 은행, 좀 더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은행,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멸차지 않은 은행으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김우성> 경제적 부담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은행이라고 평가하고 해석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판하시는 분들은, 돈 받아가서 안 갚으면 그만인데, 괜히 그 돈으로 벌금만 내버리고, 갚지도 않고. 이런 사람들 생기면 어떻게 하나 비판도 하실 텐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오창익> 형편이 어려워서 제때 못 갚는 분들도 좀 계신데요. 그런 분들의 경우 상환 기간을 연장해드립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갚도록 하고요. 놀라운 일은, 저희가 이자가 없는데도 기한보다 빨리 갚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어려울 때, 힘들 때 손 잡아드렸더니 저희가 잡았던 손의 온기를 기억한다고 할까요, 이런 분들이고요. 또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벌금형 선고 받은 분들은 정말 범죄자라고 얘기하기엔 낮은, 경미한 범죄, 가벼운 범죄입니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를 운운할 건 좀 아닌 것 같고요. 기초 질서 위반 행위들이 많습니다.

◇ 김우성> 사느라 생긴 잘못들일 수도 있는데요. 말씀하신 부분들을 보면 7억으로 시작한 돈이 9억이 된 이유도 갚는다는 게 놀라운 사실이고요. 노벨상 받은 유누스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일단 관심 있는 분들이 나도 여기에 보태어 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어떻게 참여하면 될까요?

◆ 오창익> 정말 감사한 말씀이고요. 장발장은행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시면 도와주시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고요. 안정적으로 한 달에 1만 원씩이라도 정기적으로 도와주실 분들은 인권연대 회원이 되시면 되는데요. 그건 인권연대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 김우성> 알겠습니다. 장발장은행, 방송 들으신 분들 검색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상세하게 취지 소개, 여러 설명들이 나와 있고요. 함께하시는 방법도 안내되어 있다는 점, 다시 알려드립니다.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더라고요. ‘장발장은행의 목표는 폐업이다.’ 독특했습니다. 정부는 지원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폐업이 목표인 독특한 은행 같은 은행인데요. 어떻게 운영하실 예정이십니까?

◆ 오창익> 그러니까 벌금 때문에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없어지면 자연히 장발장은행도 필요 없는 거죠. 벌금에 대해 제대로 고쳤으면 좋겠고요. 벌금이 불공평한 게,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다른 벌금을 내야 하는데 같은 벌금을 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거든요.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처럼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다른 벌금을 내도록 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제도 개선, 카드납부나 이런 게 되면 벌금 때문에 교도소 가는 사람이 대폭 줄어들 거고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니까 지키실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장발장은행의 역할이 없고 저희는 문 닫을 겁니다. 그날이 저희가 꿈꾸는 날입니다.

◇ 김우성> 장발장은행의 행복한 폐업, 과연 이뤄질지 여러분들의 관심도 필요할 것 같고요. 선진국처럼 소득과 상황에 맞는 벌금제도 개선도 기대해봅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오창익> 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우성> 장발장은행 운영을 맡고 계시죠,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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