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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25층 걸어서 오르니 완전 녹초 "…폭우에 엘리베이터 멈춘 청주 아파트 닷새째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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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물난리에 25층 아파트 고장나 주민들 불편

생필품 들고 오르내리기 힘들어 하루 한번 밖에 안나와

일부 주민 아파트 주변 여관 친적 집에서 임시 거쳐

중앙일보

충북 청주시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에 사는 유재숙씨가 택배를 들고 아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유씨는 이 아파트 22층에 산다.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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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닷새째 작동 안 해서 22층에 꼼짝없이 갇혔어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에 사는 유재숙(41·여) 입주자 대표는 지난 5일 동안 밖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폭우가 내린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면서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이 25층의 이 아파트는 181세대(3동) 400여 명이 산다.

지난 16일 청주에서 290㎜ 넘는 장대비가 내리면서 도로에 있는 물이 넘쳐 아파트 내부로 역류했고, 지하 1층 변압기와 배전반, 엘리베이터 제어기계가 모두 고장 났다. 유씨는 “찜통 더위가 시작되는 바람에 물건을 사려고 22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오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며 “하루에 한 번 밖에 나가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오거나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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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아이들과 계단을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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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이 아파트 변압기와 배전시설이 있는 지하 1층에 가보니 대형선풍기 2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고장 난 기계를 건조하기 위한 임시로 취한 방편이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종이박스와 헝겊이 가득 쌓여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는 이틀 뒤에나 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변전기와 배전기, 자가발전기가 모두 고장 나 이마저도 한전에서 임시로 전기를 공급받아 한 달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구에선 청소원 김모(53·여)씨가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25층 전체를 청소해야 하는데 오르내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4층까지만 올라갔다 왔다”며 “오후에 다른 동도 청소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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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10층 계단에 앉아 땀을 닦고 있다. 이 주민은 이 아파트 19층에 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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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수리가 늦어지면서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친척 집에 가거나 인근 모텔에서 며칠째 투숙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라면을 끓여먹으며 밖에 나가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한다. 생후 7개월 된 아기와 병원에 가려고 나온 김가율(41·여)씨 “아이를 업고 장을 보고 온 뒤 17층 집으로 올라가기가 겁난다”며 “이동하는게 불편해 오전 10시에 집에서 나와 점심,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고 저녁 늦게 집에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은행 업무와 주민센터 방문, 생필품 구입은 왠만하면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60~70대 고령의 노인들은 거주지를 떠나 자녀 집에 얹혀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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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아파트 지하가 침수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에 임시로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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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이 아파트 주변에 청주시가 2014년 140억원을 들여 설치한 내덕 우수저류시설(저수용량 1만6000㎥)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수저류시설은 빗물을 임시로 받아 하수도 역류를 방지하는 구조물이다. 서창선(62) 비상대책위원장은 “마을 주변이 상습침수 구역이라서 3년 전 큰 돈을 들여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지만 폭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침수가 된 지역이 곳곳에 많은데 청주시의 사후 처리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18일 청주시에 신속한 복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주시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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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우암동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채 멈춰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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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있는 15층의 지웰홈스 아파트 452세대 주민들 역시 지금까지 정전과 단수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수해 당시 주변 석남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로 물이 침수했고, 지하 2층이 1.8m가량 물에 잠기면서 전기·기계 시설 등이 가동을 멈췄다. 이곳 주민들 역시 주변 호텔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한다고 한다. 한 주민은 “폭염에 물도 전기도 제대로 쓸 수 없어 생활에 불편이 많다”고 했다.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충북지역은 사망 7명, 이재민 1892명, 잠정 재산 피해 295억원 등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복구가 더뎌지면서 수인성 전염병 등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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