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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홍철이 책방을?" SNS 타고 '우르르'… 작은 서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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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서점, 출판계 불황에도 SNS 입소문 타며 인기
가수 요조, 방송인 노홍철도 소규모 서점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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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성 있는 소규모 서점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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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몇 소규모 서점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소소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품고 많은 팬을 거느린 채 말이다. 서점의 이용률은 줄어드는데, 소규모 서점의 인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홍대에 위치한 소규모 서점 ‘짐프리’는 손님들이 찍은 여행 사진들을 벽에 걸어 전시회를 열고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기도 한다. 이대 근처 ‘퇴근길 책 한잔’은 영화 상영회를 열고, 해방촌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은 책뿐만 아니라 필름카메라, 소품 등을 팔며 생활 전반에 걸친 상품을 함께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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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노홍철이 지난해 7월 해방촌에 소규모 서점 ‘철든책방’을 열었다./조선DB 제공



몇몇 연예계 인사들도 소규모 서점 창업을 주도했다. 가수 요조가 재작년 10월 책방 ‘무사’를 낸데 이어 지난해 7월 방송인 노홍철도 ‘철든책방’을 만들면서 소규모 서점에도 덩달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북촌의 한적한 거리에 소규모 서점을 낸 요조는 “무사히 망하지 말자”는 염원을 담아 ‘무사(無事)’라는 이름을 붙였다. 5평이 조금 넘는 자그마한 서점에는 일반 서적부터 독립출판물과 헌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어렸을 때부터 책방 주인이 꿈이었다는 그의 염원대로, 책방 ‘무사’는 오늘도 ‘무사히’ 손님들에게 책을 팔고 있다.

해방촌에 자리 잡은 '철든책방'은 노씨의 스케줄이 없는 날에만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직접 운영하며 포장부터 계산까지 도맡아 한다. 그야말로 ‘노홍철만의 개성’이 가득 들어찬 책방이다. 가게를 찬찬히 살펴보면 인테리어부터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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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의 대가 최인아씨와 정치헌씨가 선릉역 근처에 ‘최인아 책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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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기획 前 부사장에서 서점 주인으로…강남 ‘최인아 책방’

“편리함도 좋지만 편리해지면서 놓치는 게 참 많은 세상이다. 서점에는 그렇게 놓친 것들이 모여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유명 카피문구를 만들며 제일기획 부사장까지 역임했던 최인아도 지난해 8월, 디트라이브 대표이자 제일기획 후배인 광고인 정치헌과 자그마한 서점을 냈다. 둘은 은퇴 후 제2의 삶을 고민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만한 걸 찾다 서점을 열게 됐다고 말한다.

최씨는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서 본인이 책을 통해 느꼈던 충만한 시간과 지적인 시간을 함께 건네고 싶다고 말한다. 책은 작가와 가장 밀도 있게 만나는 방법이라는 것.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텍스트만으로 작가와 독자가 교감한다는 점이 책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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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 책방의 책장은 독특한 카테고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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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을 이루다’. 최인아 책방의 신조처럼 책방 곳곳에 책에 집중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최인아 책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독특한 카테고리다. 다른 서점처럼 인문·소설·자기계발 등으로 책을 나누지 않는다.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고민할 때’ 등 이색적인 주제들로 분류해 보여준다.

최인아는 서점에 와야 하는 이유를 “주인장의 세계관이 담긴 작은 책방에 가면, 좋은 책과 계획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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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퀸마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3층에 서점 ‘PARRK’가 들어서 있다./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 도시 한복판에서 느끼는 자연과 책…도산공원 ‘퀸마마’ 속 서점 ‘파크(PARRK)’

화분과 홍차, 생활 소품 등 일관성 없는 상품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즐비하다. 곳곳에 진열된 곡괭이와 삽, 물뿌리개가 북유럽 시골의 슈퍼마켓 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좀 ‘힙하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도산공원 앞 명소, ‘퀸마마’다.

총 6층의 공간으로 이뤄진 이 독특한 북유럽 스타일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도 서점 코너가 있다. 외서 전문 서적이 즐비한 ‘파크(PARRK)’다. 파크는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로 일찍이 유명세를 탄 이기섭 대표와 아트북을 다루는 한남동 ‘포스트 포에틱스’ 의 조완 대표가 퀸마마 3층에 만든 소규모 서점이다. ‘어른들을 위한 서점’을 표방하는 파크는 외서나 번역서뿐만 아니라 국내 도서, 만년필과 같은 문구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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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RK는 한쪽 벽을 개방해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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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지 않고 뻥 뚫려 있어서 좋아요.” 퇴근길에 서점을 방문했다는 30대 직장인 서모 씨는 ‘자유분방함’이 파크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높이 솟은 책장과 벽을 대신해 오른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녹음(綠陰)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도심 속 그린라이프’를 표방하는 퀸마마 답게 벽 한 면을 과감하게 들어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서점 안의 책과 만나 파크만의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야외에서 책을 읽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파크는 그 신선함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 소규모 서점의 미래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소규모 서점이지만 원만한 운영을 위한 ‘수익 창출’은 아직 불안한 실정이다.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도 “사람들이 책을 안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책을 만나러 가기까지의 경로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책방에 가야 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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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 책방’은 책을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강연과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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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씨의 말처럼 많은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강연, 전시회, 콘서트 등과 같은 여러 문화활동을 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굳이 책을 사러 오지 않아도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고 방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소설 ‘거짓말이다’, ‘아편전쟁’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와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 9월 일주일 동안 전국 지역의 소규모 서점을 돌아다니며 '김탁환의 전국제패!'라는 이름으로 강연을 펼쳤다. 그들은 광주, 통영, 부산, 괴산, 대구, 경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 소규모 서점 활성화에 힘을 실어 줬다.

김탁환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방 주인이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서 책을 고르고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일”이라며 소규모 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집단적이고 단조로운 한국 사회에서 저마다 다른 세계관을 가진 소규모 책방들은 공간만으로도 ‘새로움’을 제시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소규모 서점의 미래는 독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조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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