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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리아 전쟁 피해 돕는다는 체첸…그 뒤엔 러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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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 아니라 '강제 징수'…체첸 국민들만 '고통'

뉴스1

체첸 공화국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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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러시아의 지방공화국이자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체첸이 전쟁으로 황폐화된 시리아 재건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자국민들의 돈을 갈취해 '러시아 좋은 일'만 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자선단체 '카디로프 재단'이 현재 시리아 알레포의 이슬람사원(모스크)을 복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이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문명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알렉세이 마라첸코는 "크렘린궁이 아주 기뻐할 것"이라며 "카디로프 대통령이 (재건을 도움으로써) 시리아에 개입하는 것은 러시아의 외교 정책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평했다.

무슬림이 대부분인 체첸 공화국을 이용해 시리아에 다가감으로써, 거부감 없이 중동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의중이라는 것.

이는 카디로프 대통령에게도 이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향력을 과시하며 자신이 러시아 무슬림 공동체의 비공식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체첸 공화국 국민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짊어지게 됐다. 카디로프 재단은 재건에 드는 비용을 추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알레포 모스크 수리에만 최소 700만달러(78억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카디로프 재단이 자발적인 모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체첸 국민 140만명에게서 매월 평균 360달러씩(40만원) 기부금을 강제로 '징수'한다고 지적했다. 명목은 기부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폭행은 물론 심할 경우 납치나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카디로프 재단은 해외 연예인들을 체첸에 초청하는 것에 수백만달러를 쓰고 운동선수를 위한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등 부적절한 재단 모금액 사용으로 논란이 됐지만, 아무런 조처도 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se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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