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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보수 적자 두고 다투는 홍준표 vs 이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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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홍준표 대표 지나치는 이혜훈 대표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새 지도부가 출범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두 보수야당 모두 '보수의 적자'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하지만 두 당의 대표가 경쟁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바른정당에 대해 '무시전략'을 쓰고 있는 반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를 향해 적극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이런 상반된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에 여야 5당 대표들에 제안한 '영수회담'을 두고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대표는 1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홍 대표가 영수회담에 사실상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저는 좀 답답하다"며 "애들도 아니고 감정풀이를 하며 토라져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16일에는 아예 논평을 내고 "영수회담을 제안한 대통령에게 당 대표는 못 가겠으니 원내대표들과 만나 이야기하라는 것도 '좀팽이', '놀부심보'와 같다"고 직격했다. 또 "홍 대표는 대통령의 첫 영수회담 제안에 제1야당으로서 옹졸하고 거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반면 홍 대표는 이 같은 바른정당과 이 대표의 공세에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다른 당에 대한 막말이나 비판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신 홍 대표는 영수회담에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들이 아무리 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며 불참의 뜻을 거듭 나타냈다. 그러면서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길을 간다"고 덧붙였다. 영수회담에 참석키로 한 야당 대표들을 싸잡아 '뱁새'라고 몰아붙이며 홀로 불참할 뜻을 재확인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런 바른정당과 이 대표의 공세에 대해 "홍 대표가 취임 이후 과거와 달리 발언이 상당히 신중해졌다. 바른정당이 자신들을 상대해주지 않으니 더 세게 이야기한다는 분석이 있던데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런 태도는 대표 취임 직후 다른 당을 제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예방한 데서도 잘 드러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을 아예 무시하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자유한국당만이 '제1야당'임을 선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호 건국대학교 교수는 "대표에 당선된 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예방하고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을 찾지 않았다. 홍 대표는 특히 바른정당을 정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며 "홍 대표는 바른정당이 어차피 흡수해야 할 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곳에서 바른정당을 정당으로 인정해주는 모습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두 대표의 상반된 행보는 각자 겨냥하는 위치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할 유일한 야당의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반면 바른정당의 경우 당장 정부·여당을 견제하기보다 뿌리가 같은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보수층을 끌어모으려 한단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홍 대표는 제2야당, 제3야당의 존재 자체가 몹시 불편하고 소멸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질 거다. 그러니 같은 야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2, 3, 4중대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라며 "바른정당의 경우도 곧 없어질 정당이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굳이 상대하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과 이 대표의 전략에 대해서는 "당장 정부·여당을 견제하기보다 보수의 차별성을 두면서 홍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에 확실하게 각을 세우는 편이 바른정당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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