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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KAI 측, 청·국회에 ‘보라매 사업’ 청탁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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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소속 옛 여당 중진 “박 대통령도 잘 아는 KAI 하 사장 만나보라”…안종범 “이미 만나, 도움 됐다”

비자금 조성과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66)가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등 청와대 측과 옛 여당(현 야당) 중진의원에게 청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친박 실세가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KAI의 유착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 분석 과정에서 과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ㄱ의원이 안 전 수석에게 2014년 7월 “KFX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아는 하성용 대표를 만나보라”고 보내자 “이미 하 대표를 만났다”고 답한 안 전 수석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방위사업청은 2014년 1월 “올해 200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KFX 사업 체계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진 수와 형상을 놓고 국방부, 공군, 국방과학연구소는 쌍발 엔진의 ‘C103’ 형을, KAI와 한국국방연구원은 단발 엔진의 ‘C501’ 형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다.

ㄱ의원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국방부 등을 비판했다. 그는 “얘들 말대로 하면 연구개발비만 최소한 2조원 이상 더 들고 기술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차세대전투기 FX는 단발 엔진으로 하면서 그보다 저급한 KFX는 쌍발을 고집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국방부·공군·국방과학연구소 마피아들이 고집을 부리는 건 이해가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그렇지 않아도 자문하려 했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ㄱ의원은 “이왕 국내 개발로 결론난 이상 어떻게 최소비용으로 좋은 전투기를 체계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면서 “KAI 하 사장, 한국국방연구원 이○○ 박사 얘기도 들어보세요”라고 말했다. 특히 하 대표의 경우 “하 사장은 박 대통령도 잘 알아요”라고 강조했고 안 전 수석은 “하 사장 이미 만났습니다. 도움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하 대표는 2013년 사장 임명과 2016년 연임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측근인 ‘문고리 3인방’ 중 1명과 친박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지난 14일 KAI 본사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옛 KAI 인사팀 차장 손모씨의 행방도 쫓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손씨의 처남 명의로 대구에 설립된 한 설계 용역업체는 KAI로부터 247억원을 수주해 이 중 직원들에게 129억원만 지급하고 118억원을 챙겼다. 감사원은 KAI가 해당 업체에 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후 이를 제3자 계좌를 통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손씨가 2007~2014년 20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2015년 5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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